●●●내가 사는 아파트와 내 사무실은 530세대가 사는 주상복합 건물의 같은 층에 있다. 그래서 가끔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나는 곧잘 사무실로 혼자 가서 일을 하던가 무얼 꿈지럭거리든가 한다. 어느 날인가 밤 10시 반 쯤에 사무실에서 있자니 밖에서 “찹쌀떡!” 하고 외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나는 “찹쌀떡” 소리에 벌써 반사적으로 돈 만원을 들고 평촌역 광장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찹쌀떡 파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서야 알게 됐는데 찹쌀떡을 팔며 돌아다니는 사람은 이제 지나갔으니 언제 다시 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허탈해진 나는 그냥 집에 들어가려다가 편의점에 들러서 찹쌀떡이 있냐고 물으니 대신에 찹쌀떡이 들어간 초코파이는 있다고 하기에 하나 사서 먹어봤다. 그런데 이는 달기만 하고 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뒤 언젠가 밤에 그 근처를 산책 하다가 찹쌀떡을 파는 다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마이크에서 “찹쌀떡!”을 자동적으로 외치는 신장비의 세일즈맨이었다.
한 팩에 5천원을 주고 찹쌀떡을 사서는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와 함께 먹어 보니 물컹거리고 앙꼬 맛도 별로여서 실망스러웠다.
나는 옛날 눈 내리는 겨울날, 집 밖 거리를 뛰어가며 찹쌀떡을 외치는 고학학생이 팔던 찹쌀떡의 맛을 회상해 보았다. ‘절대로 이런 맛이 아니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가 ‘이런 맛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어서서 집에 가지고 가야 아무도 먹지 않을 찹쌀떡이기에 팩 째로 편의점 쓰레기통에 처넣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월이 달라진 거야!”
사람의 입맛은 초등학교 때 결정돼 그 때 먹던 것을 평생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유 있게 살게 된 요즘에는 그렇게도 ‘맛집’이라는 게 TV프로마다 인기인가 보다.
헌데 그 맛집이라는 것의 대부분이 옛날 맛을 그대로 지켜 온 집들이다. 하지만 입맛이 고급화되면 얘기는 달라지는 것이어서 정서적으로는 옛 맛을 그리면서도 막상 먹어 보면 맛은 그대로이건만 감각적인 입맛은 옛날 그 맛이 아니라고 대뇌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 뿐 아니라 모든 추억은 그 당시 뇌리에 각인 된 대로 계속 남아 있게 돼 후일에도 이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식의 세계화라는 명제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한식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이나 스토리텔링 개념을 꼭 바탕에 깔아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중시해야 하겠다.
차라리 사서 먹어 보지 않았더라면 눈 내리는 겨울날 밤에 사서 먹던 찹쌀떡은 지금도 먹고 싶은 추억의 맛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을 텐데... 이제 혹시 메밀묵 장사가 우리 집 앞에서 메밀묵을 팔더라도 절대로 사 먹어 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해 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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