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4 20:38
에버그린, STX조선해양에 컨선 발주 철회했나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로 협상 결렬
2개월여를 끌어온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 대만 에버그린과 우리나라 STX조선해양과의 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신조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삼성중공업이 에버그린으로부터 동급 컨테이너선 10척을 10억3천만달러에 수주한 이후 기대를 모았던 한국 조선사의 추가 대형 수주 건은 잠정 보류된 셈이다.
로이즈리스트는 "에버그린 대변인 캐서린 코가 가격 및 기타 조건 등에서 STX조선해양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그 결과 협상은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버그린은 지난 6월9일 STX조선해양과 컨테이너선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협상 과정에서 삼성중공업과 계약한 금액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그린 장룽파(張榮發) 회장은 지난 4월 1700억대만달러(약 54억달러)를 투자해 선박 100척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조선대 확장 계획엔 8천TEU급 컨테이너선 32척과 7천TEU급 선박 20척, 5364TEU급 선박 20척, 피더서비스용 2천TEU급 선박 20척을 포함하고 있다.
장 회장은 이 과정에서 "(수송능력)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당 1만달러 정도만을 지불할 계획"이라고 신조선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8000TEU 선박의 경우 8천만달러선이 에버그린측이 희망하는 적정 선박 가격이 되는 셈이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최근 강덕수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저가 수주 불가론'을 배경으로 에버그린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까지 에버그린으로부터 협상 중단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은 바가 없다"며 "현재는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에버그린의 이번 협상 철회 배경을 두고 신조선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에버그린측이 "여전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조선소들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말로 컨테이너선 추가 발주를 위한 움직임을 계속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에버그린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조선사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 CSBC조선의 탄 타이핑 사장마저도 에버그린이 제시한 가격을 두고 생산원가를 보전하기엔 "어처구니 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불만을 터뜨린 까닭이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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