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9 14:36
기획/“바닥시황 케이프사이즈 제로운임설 출현”
수요 줄고 공급 늘어…신조선 인도 2배 늘어
선주들 선박 계선 고심, 장기수송 눈돌려
●●● 케이프사이즈 선박시장이 수상하다. 최근 0달러 운임까지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다시금 선박 계선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최근 반등에 성공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27일 BDI 지수는 1869를 기록했다. 전날에 비해 2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하락세만 거듭하던 BDI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길만하다. BDI는 같은 달 16일 이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다시금 회복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BDI는 5월 말까지만 해도 중국발 훈풍을 타고 승승장구했었다. 5월25일 244포인트나 오른 4187을 기록하며, 4천포인트대를 재탈환했다. 지난해 12월7일 4036을 마지막으로 4천선이 붕괴된 지 5개월여만이었다.
4천포인트대는 선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지선으로 지적된다. 3천포인트선이 선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마지노선이라면 4천포인트대는 흑자구조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토양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당시 많은 해운선사들은 BDI의 4천포인트 돌파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했다. 같은 달 27일을 기점으로 BDI는 하락반전했으며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7월16일 상승세로 반전할 때까지 무려 한 달 반 동안 급락장세가 계속됐다. 연중 최저점이었던 7월15일의 1700은 고점에 비해 59.6%나 급락한 성적표다.
건화물선(벌크선) 시장의 급격한 시황하락은 중국발 철광석 수요의 부진과 계절적인 비수기 진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2분기 이후 철광석 수입량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자국내 재고량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철광석 수입량은 4720만t으로 전월대비 9.1%, 지난해 같은 달의 5530만t에 비해 15% 하락했다. 지난 3월 5900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상반기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 합계는 전년동기대비 4% 늘어난 3억928만t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분기 이후 감소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연간 기준 수입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中 건설 수요 위축 벌크선 시장에 직격탄
중국 철강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건설 수요가 축소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철강 재고가 증가하자 생산량은 감소했으며 철광석 수요도 덩달아 위축된 것이다. 중국의 6월 조강생산량은 5610만t으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향후 조강 생산량 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중국 철강기업들은 지난 5월 조강생산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생산량 감축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철광석 내수 생산량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철광석 일일 생산량은 340만t을 기록했다. 연간 생산량으로 따져 3억8400만t에 달하는 양이다. 지난해 연간 총 생산량이 2억3800만t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생산량의 수직상승세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 조절은 철광석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철광석 현물 가격은 t당 118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연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말의 t당 가격인 186달러에 비해 37% 떨어졌다.
남미 곡물 출하시즌이 끝났다는 점도 시황 하락에 한 몫했다. 건화물선 비수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건화물선 시황은 일반적으로 남미 지역 곡물이 생산되는 3~5월께 상승했다가 내림세를 타며 북미지역에서 곡물이 쏟아져 나오는 4분기에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띈다.
게다가 늘어난 건화물선 선박량도 시황 하락에 걸림돌이다. 상반기동안 시장에 인도된 신조 벌크선은 412척 3400만t(재화중량톤)으로 지난해의 227척 1600만t에 비해 선복량 기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하루에 2~3척꼴로 신조선이 시장에 인도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해체된 벌크선은 48척 190만t으로 지난해의 138척 600만t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특히 이 기간 케이프사이즈 선박은 99척이 인도된 반면 해체는 5척에 불과해 수급악화를 부채질했다. 현재 1천척 이상의 케이프사이즈 선박이 운항중이며 이 가운데 해체 대상인 선령 25년 이상 선박은 10% 이하여서 공급량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BDI 상승 중소형 선박이 주도
이 같이 시황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현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며칠간의 BDI 상승을 추세적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의 BDI 상승세는 중소형 선박이 이끌고 있다. 7월27일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는 1747이었던 반면 그보다 작은 규모의 파나막스선운임지수(BPI)는 2447을 기록했다. BPI가 BCI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BPI는 7월15일 일찌감치 2000포인트대를 회복한 상태다. 이날 수프라막스운임지수(BSI)도 1774를 기록해 BCI를 웃돌았다. 대형선박인 케이프사이즈의 굴욕이다. 남미 지역의 곡물수요로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 시장은 상승 반전한 반면 철광석을 주로 실어 나르는 케이프사이즈 선박 운임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특히 태평양항로에서 케이프사이즈선박의 일일용선료는 t당 1만달러대 이하로 떨어졌다. 케이프사이즈 용선료는 고점이었던 지난 6월2일 5만9324달러에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다.
케이프 시장의 악화로 0달러 용선거래도 포착됐다. 해운중개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소유의 15만1492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프런티어>호(1992년 건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리처즈베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석탄을 수송하는데 이 같은 운임으로 용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선박중개인은 “벙커(연료유) 가격은 용선자쪽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용선료는 제로베이스로 거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로이즈리스트는 이와 관련 선박브로커의 말을 인용해“해당 선박은 t당 6.8달러에 임대됐으며 이 비용 수준은 항비와 연료유 비용을 보전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이 선박은 t당 8달러 이상의 운임으로 거래를 시도하다 실패로 돌아가자 이 운임에 용선된 것으로 알려졌다.“거래가 사실이라면 일일 7천~8천달러 가량의 적자 용선이나 마찬가지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호주에서 중국으로 철광석 수송을 위해 용선된 케이프 사이즈 일부 선박들도 6~7달러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사 한 관계자는 “케이프사이즈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철광석 수입을 줄이고 있는데다 항만 체선이 완화됐으며 신조선 인도량도 수백 척 이상 예정돼 있다” 고 말했다. 그는 “BDI는 중소형선박의 지탱으로 2천포인트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은 해운시장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해 선사들을 다시금 유동선 난으로 이어지게 하는 악순환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지지선이라 생각했던 부분까지 빠져버리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시장에 의구심을 느끼는 상황이다. 파나막스와 핸디사이즈는 양호한 편이지만 케이프사이즈가 많이 하락해서 힘들다”며 “여신규모를 줄여 놔 선사들은 자기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자금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시장적인 운임구조가 다시금 고개를 들자 선주사들은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계선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1058척의 전체 케이프사이즈 선대 중 38척 가량이 운항을 멈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로이즈리스트 인텔러전스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35일 이상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건화물선 침체가 심각했던 지난 2008년 12월 초엔 100척 이상이 외항에 계선된 바 있다. 당시 철강생산이 멈추자 철광석 선적도 취소됐고 결국 수송 계약들도 대거 이행되지 않으면서 대규모 계선 사태를 불러 왔다.
대형선사들 장기수송 계약 잇따라
전문가들은 선사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과잉투자를 피하고 장기수송계약(COA)을 통해 시황에 영향 받지 않는 안정적인 영업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STX팬오션과 삼선로직스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각각 10년과 20년의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삼선로직스는 저가입찰이란 비판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업이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지난 7월22일 남동발전과 총 3천만t 규모의 연료탄 장기전용선계약을 체결했다. 한 대형선사 최고경영자(CEO)는 삼선로직스의 입찰참여를 두고 “회생기업이 낮은 운임조건으로 입찰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삼선로직스는 이번 계약으로 연간 160여억원의 운송수입을 기대하고 있어 경영정상화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대한해운도 탱커선 시장으로 눈을 돌려 에쓰오일의 5년 수송계약을 따냈다. 대한해운은 이번 계약으로 창사 이래 첫 VLCC(초대형유조선)를 도입했다.
한편 티피씨코리아는 신청 1년만에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를 인가받아 회사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놨다. 티피씨코리아는 7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 98% 회생채권 94%의 찬성으로 법정관리를 인가받았다. 지난 6월25일 열린 1, 2차 관계인집회에선 지분의 26%를 갖고 있는 대한해운이 티피씨코리아가 제시한 69% 변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나타내 법정관리 인가가 무산됐었다.
티피씨코리아 관계자는 “2011~2012년 BDI 3000포인트를 기준으로 회생계획을 잡았다”며 “BDI가 떨어졌지만 올 초 4천포인트대까지 올라갔었고 다행히 핸디사이즈는 대형선박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 변제계획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정관리 신청선사인 대우로지스틱스는 10월 이후로 인가절차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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