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항만 예년 수준 회복
세계 5대 컨테이너항만들이 금융위기 여파를 깨끗이 씻어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버금가는 물동량 실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항은 높은 성장률로 세계 1위항인 싱가포르항을 강하게 위협해 세계 해운항만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과 중국 선전항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기록경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부산항만공사 등 각 항만당국에 따르면 세계 5대 컨테이너항만은 상반기동안 지난해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물동량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상하이항과 선전항 부산항은 각각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항은 상반기 동안 20피트 컨테이너(TEU) 1406만개를 처리해 세계 1위항 자리를 지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30만TEU에 비해 14% 늘어난 실적이다. 특히 2008년의 1502만TEU에 비해 100만TEU 가량 뒤처지지만 2007년의 1347만TEU보다는 60만TEU 가량 웃돌아 예년 수준까지 실적이 회복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상하이항은 같은 기간 1385만TEU를 처리해 자체 최고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고치였던 2008년의 1382만TEU를 근소하게 앞지른 호성적이다. 1년 전의 1167만TEU에 비해선 19%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상하이항은 올해 세계 1위 컨테이너항만 자리를 싱가포르항으로부터 빼앗아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 싱가포르항에 21만TEU 뒤지고 있는 상하이항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성장 폭이 확대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상하이항의 월간 성장률은 3월 8%대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 들어선 20%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반면 1월과 2월 18% 성장의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던 싱가포르항은 3월 9.9%로 성장폭이 크게 둔화된 이후 2분기 들어서는 14~15%대의 성장 폭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상하이항은 1분기엔 648만TEU로 692만TEU의 싱가포르항보다 40만TEU 이상 뒤처졌으나 2분기 실적에선 737만TEU를 기록해 714만TEU의 싱가포르항을 역전했다. 1분기의 물동량 차이가 상반기 순위로 이어진 셈이다.
영국의 해운항만분석기관인 드류리쉬핑컨설턴트 아시아담당 디베이 고엘은 “싱가포르항은 올해 세계 컨테이너항 왕좌 자리를 상하이항에 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항만(상하이항)은 4월 이후 지난달까지 싱가포르항보다 더 많은 컨테이너를 처리했으며, 연말까지 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항은 지난 2005년 홍콩항을 제치고 세계 1위항에 오른 이후 5년째 선두자리를 고수해오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아시아-유럽항로의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을 앞세워 중소선박들의 환적 물동량을 유치하며 발전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아시아 역내항로 확대로 빠른 물동량 성장세를 일궈 왔다.
반면 상하이항은 세계 해운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의 수출입 물동량에 의존한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싱가포르해사항만국(MPA) 관계자는 “연말 결과에 상관 없이 싱가포르항은 핵심 환적허브이자 세계 최고 컨테이너 항만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장래 수요에 대응해 항만 개발과 확장을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항은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어난 1143만TEU를 기록했다. 2008년의 1201만TEU에 60만TEU 가까이 뒤지지만 2007년 수준엔 버금가는 준수한 성적이다.
선전항과 부산항은 각각 1045만TEU 694만TEU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9% 23% 호전된 실적이다. 특히 두 항 모두 역대 최고치인 2008년의 1019만TEU와 683만TEU를 뛰어넘으며 기록을 다시 썼다.
한편 부산항은 잠정실적발표에서 6월 실적이 역대 월간 최고기록이었던 5월 125만7천TEU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정치에선 122만TEU로 최종 집계돼 4월 이후 3개월 연속 120만TEU 돌파에 만족해야 했다.
환적 화물이 5월의 56만3천TEU보다 1만1천TEU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가 2만4천TEU 감소한 53만8천TEU로 수정된데 따른 것이다. 환적화물 확정치는 1년 전 대비 24.8% 늘어난 실적이다. 같은 달 수입화물은 34만700TEU, 수출화물은 33만7천TEU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21.2% 21.2% 늘어났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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