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6 07:26
국내조선업계 수주가뭄 해갈 기미
현대重·대우조선해양 등 4분기 들어 계약 잇달아
글로벌 경제악화로 인한 해운업계의 극심한 경기 침체 여파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업계에 최근 수주 소식이 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 선박 수주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기업들은 4분기 들어 계약이 성사되자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악은 벗어났다는 의견과 아울러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호주 고르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서 10억~20억달러 규모의 액화플랜트(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설비) 모듈(부품 덩어리) 수주 관련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브라질 발레로부터 40만t급 초대형 광물운반선 4척 수주가 임박한 상태다. 전체 금액은 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STX유럽은 이달 11일 노르웨이 해운회사 딥씨서플라이로부터 해양플랜트 지원 선박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연료·식음료, 시추 관련 기자재, 작업 인력 등을 바다에 떠 있는 석유 시추 설비까지 운송하는 선박이다. STX는 앞서 이달 5일에는 벨기에 선주(船主)로부터 1억5000만달러에 준설선·매립선 등 특수선 3척을 수주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이달 1일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 올 들어 첫 수주이다.
또한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는 조만간 총 20조원 규모의 드릴십(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선박 형태 설비) 28척 입찰 계획을 밝힐 예정이어서 국내 조선업계가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최악 면해" vs "아직도 바닥"
산업연구원(KIET)의 홍성인 연구위원은 "아직 본격적으로 세계 조선 경기가 풀렸다고 보기 힘들지만 상반기에는 발주가 전혀 없다시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줄었지만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다소 회복돼 8월 현재 작년 동기 대비 -88%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반기에 뚝 끊겼던 선주들의 발주 관련 문의가 하반기 들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해양플랜트 위주로 일부 발주가 이뤄지고 있으나 조선업 전반으로 볼 때 아직 바닥을 못 벗어났다"며 "본격 수주 재개는 내년 2분기 이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수주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거나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박 150척을 수주했던 현대중공업은 현재 잠수함 등 특수선 7척을 수주했을 뿐 일반 상선은 아직 1척도 계약하지 못했다. 올해 100억달러 수주 계획을 세웠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달 현재 수주액이 3억달러에 불과하다.
조용준 신영증권 상무는 "세계 조선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종(船種)과 사업 영역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업계는 풍력 발전 설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발전 설비 개발 등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에너지 개발 쪽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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