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4 12:51
호주항로/ 운임회복 뜻대로 안되네
수요약세, 비동맹선사 이탈 등 동력 약화
호주항로에선 선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 약세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호주항로 취항선사들은 지난 4월15일부터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5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실시했다. 선사들은 현재 운임 수준이 바닥권이라는데 공감하고 인상분 전액을 기필코 성사시킨다는 각오로 하주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당시 부산-호주 주요항(멜버른·시드니·브리즈번) 운임은 각종 부대할증료를 포함해 TEU당 500달러 안팎까지 하락한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GRI에선 취항선사 단체인 AADA 회원사 뿐 아니라 비회원사들까지 모두 참여키로 하는 등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았다. 하파그로이드가 동맹선사들과 같은 날부터 GRI에 들어갔으며 머스크라인도 5월1일부터 운임회복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선사들은 과잉 선복 감축으로 운임회복을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ANL·차이나쉬핑·OOCL과 일본 3대선사 및 코스코가 AANA 서비스와 NEAX 서비스를 통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비스 통합을 통해 아시아 전체적으로 주간 4천TEU, 부산항 기준 1천TEU 가량의 선복량이 감소했다. 극동-호주항로 전체 선복의 15%, 부산항 취항선복의 3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GRI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선사들은 GRI를 통해 운임 수준을 750달러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운임은 여전히 500달러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선사들은 인상 폭은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0~100달러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A 취항선사 관계자는 “선복을 30% 이상 줄였다고 하지만 수요 약세로 운임회복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아울러 당초 운임회복에 동참키로 했던 비회원사들이 이탈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반감됐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이 운임회복에 나서기로 했다가 5월4일 이를 철회하면서 GRI에 대한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라인은 비단 호주항로 뿐 아니라 북미나 유럽항로에서도 덤핑운임으로 다른 선사들의 경계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머스크라인이 대규모 선복을 동원해 ‘치킨게임’식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전략이란 의견에서부터 지난 1분기 5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내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점에 미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란 시각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사들은 이달 들어서도 같은 인상 폭의 2차 GRI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보긴 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화주들에게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회원사들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GRI를 하겠다고 선뜻 나섰다가 화물 이탈 등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선사들은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을 반영해 오는 12일부터 유가할증료(BAF)를 TEU당 225달러에서 275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25달러 인상된 이후 한달 만에 다시 인상되는 것이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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