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31 14:04
해운업계가 자금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들어 국내 6대 해운사가 공모나 사모로 발행한 사채 규모만 1조2000억원이 넘었다.
전세계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사슬처럼 얽힌 용대선에 따른 예상치못한 자금압박을 대비해 앞다퉈 현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따라 조달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달 6일 3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로 나눠 발행되며, 조달한 자금은 선주사로부터 배를 빌린 대가(용선료)를 지불하거나 연료비, 하역비 등 운영자금에 쓰인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달초에는 사모사채를 통해 400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상선뿐 아니라 한진해운, STX팬오션STX팬오션, SK해운, 유코카캐리어스 등 국내 6대 해운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연료비와 용선료 마련을 위해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SK해운과 STX팬오션도 비슷한 용도로 각각 2800억원,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 25일 유코카캐리어스가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한해운은 올해 들어 사모로 총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국내 6대 해운업체들이 공모나 사모로 조달한 금액만 석달새 1조2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잇단 자금조달은 해운업계 시황악화와 관련있다. 물동량과 운임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3분기를 고비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호경기에 발주한 선박투자와 장기용선 계약 등으로 지급해야할 돈은 눈덩이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특히 벌크선사가 느끼는 자금압박이 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벌크선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구가하자 주요 해운사들이 앞다퉈 벌크선 사업을 확대해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빌린 배(용선)를 다시 빌려주는(대선) 과정에서 생겨난 용대선 문제 등도 해운업계의 자금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를 빌린 곳에서 대선료를 내지 않으면, 배를 빌려준 해운사가 선주에게 돈을 대신 물어줘야하기 때문이다. 국내 6대 해운사의 대선매출은 전체매출의 3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은 갑작스런 운임지수 폭락으로 수익은 급감한데 비해 용대선료 등 비용부담은 줄지 않아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진 벌크선 부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황개선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상 해운업체들의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해운업체들의 조달비용이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발행된 유코카캐리어스 회사채 발행금리는 당일 민간채권평가사가 매긴 금리(6.77%)에 비해 1.13%포인트 높았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은 리스크에 덜 민감한 개인 등 소액투자자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라며 "잠깐이라면 몰라도 이런 수요를 유지하려면 높은 금리를 줄 수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해운업계의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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