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8 07:43

선박금융 뛰어든 농협...해운사 디폴트 위기에 난감

해운경기가 호황을 누릴시 선박금융에 뛰어든 농협이 글로벌 위기를 맞으면서 해운사들의 디폴트로 난감해 하고 있다. 농협이 국내 한 중견 해운업체에 선박 건조자금으로 7천만달러를 대출해주었으나 해운경기 침체로 해당 업체가 지불불능 상태에 빠져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중견 해운업체인 파크로드는 지난해 2월 18만톤급 벌크선 2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발주금액은 1척당 1억1천만달러씩 총 2억2천만달러이며 선박 인도시기는 각각 올 5월과 6월이다.

파크로드는 이과정에서 농협과 선박 건조대금의 80%인 1억7,600만달러를 5차례에 걸쳐 대출받기로 약정을 맺었다.

농협은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약정금액의 40%인 7천만달러(우리돈 700억원, 대출당시 환율 1000원 기준)를 중도금으로 대출해주었다.

파크로드는 자기 자금 2천 2백만 달러와 농협에서 대출받은 7천만달러를 포함해 그 동안 현대중공업에 9천 2백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선박 건조자금의 41.8%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금융위기 발생 이후 해운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파크로드는 자사소유 선박 8척과 용선 30여척으로 화물을 운반해왔으나 화물운임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 유동성위기에 몰려 지불 불능상태에 빠지게 된 것.

주 거래은행인 신한은행 관계자는 "파크로드가 이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으며 지금은 신한은행 기업금융개선본부에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용선한 선박들은 반선(선주가 선박을 회수해 가는 것) 조치를 당해 회사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농협은 파크로드의 디폴트 선언 이후 대출잔금 지급을 중단했다. 농협은 이에따라 기존의 대출금 회수에 나섰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 대출금의 30% 정도에 대해서만 담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선박은 현대중공업이 자체 자금으로 건조를 계속하고 있다.

농협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자기자금으로 선박 건조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농협은 선박이 완성되면 대금을 대신 지급하고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제3자에게 재매각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협이 선박을 인도받는다 하더라도 제3의 선박 인수자가 나설 지는 미지수다.

국제 해운시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선박가격도 지난해 고점대비 30% 가량 폭락해 농협의 의도대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해운시황을 가늠하는 BDI(발틱화물운임지수)는 지난해 5월 최고점인 1만1,793포인트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2월 5일에는 663까지 떨어졌으며 이후 소폭 회복해 이달 17일 현재 2,058을 기록 중이다.

농협은 "BDI가 4천 정도만 되면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3천선 이상으로 올라가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종환 연구원은 "BDI는 현재 2천선에서 횡보하고 있다"며 "올해말까지는 3천선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해운업황 침체는 1~2년만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상 물동량 감소로 운항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컨테이너선은 453척으로 전체 선박의 10.8%에 이른다.

농협은 국제적으로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리자 2006년부터 선박금융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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