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6 13:32
건조 중인 선박을 사고파는 리세일(Resale)시장에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 해운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선주 사이에 완성되지도 않은 선박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이를 싸게 사들이는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불황이 오기 전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금융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완성되지도 않은 선박의 처분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건조 중인 선박이 급매물로 거래되면서 발주처가 바뀌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의 경우 우량한 선주들과 주로 거래하는 관계로 리세일 선박이 많지 않지만, 신용 등급이 우량하지 못한 선주들과 거래하는 중국 등의 조선소에선 선박 발주처가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지난 1월 말 워크아웃에 들어간 진세조선이 건조 중인 2척의 3만2000DWT급 벌크선 선주가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리세일시장에 급매물로 출회되는 선박은 최초 발주 가격의 70% 안팎의 가격대에서 매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선주들이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때 자기자본을 10~30% 투입하고, 나머지 70~90%의 자금을 선박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자기 투입 자본을 모두 손해 보는 가격대에서 선박을 내다팔고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해운경기가 좋을 때에는 선박을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세일 가격이 신조선가를 넘어서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신조선가를 하회하는 가격대에서도 매물이 나온다.
특히 인도 시점이 임박한 선박들의 리세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의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으로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는 통상적으로 선박 인도 이후에 정산된다”며 “인도 전에는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 급하게 나오는 매물이 많다”고 말했다. 선박 인도 이후에 발생할 엄청난 규모의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조 중인 선박을 급매물로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신조선 가격과 중고 선박의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도 급매물 출회를 부추기고 있다. 조선ㆍ해운 전문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VLCC)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주요 선종들의 신조선 가격이 지난해 9월 대비 15%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2년 전 가격 수준으로 돌아갔다. 또 중고 선박 가격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해운시장에선 1억4000만달러에 건조된 케이프 사이즈급 벌크선이 사용 1~2년 만에 6000만달러에 팔리는 등 중고 선박 가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인도될 선박이 2000척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인도일이 다가올수록 급매물로 쏟아질 선박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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