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5 18:05
채권은행들은 국토해양부와 금융위가 서로 미루던 해운업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결국 넘겨받았다.
실제 해운업과 거래가 많은 은행은 산업, 신한, 우리은행, 농협뿐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 상황을 잘 모르는 은행들로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주저해 왔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심각한 해운업계에 비해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소 느긋했다.
이날 해운업 발표내용을 들여다 보면 향후 해운업 구조조정 일정과 추진 방향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모두 빠진 데서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그 이면에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위기와 함께 그동안 과잉투자를 묵인해 온 정부 부처 중 어느 하나 앞장서서 ‘칼자루’를 쥐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끼리 모인 자리에서 해운업 구조조정을 확실히 해달라는 부탁을 국토부에 하면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차라리 채권은행이 대출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도 “해운업계의 기대와 달리 알맹이가 빠졌던 것은 국토부와 금융당국이 서로 ‘칼자루’쥐기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에 정통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4분기 해운업체의 재무상황이 나빠졌지만 올 1·4분기부터 더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해운업계에 따르면 1억달러를 호가하던 16만t 벌크선이 최근 2900만달러에 매각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선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해운사의 선박 헐값매각이 이뤄지는 것은 해운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증거”라며 “해운업 구조조정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선박금융 한 전문가도 “현재 일본, 그리스, 독일계 자금이 한국의 해운사들이 헐값 매각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은행에 따르면 D해운사의 경우 30여개 회사로부터 100척 넘는 용선을 해와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선, 해운 호황기에 수급을 고려치 않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마구 빌려온 배(용선)를 늘려 물동량이 끊기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매월 꼬박꼬박 용선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국제 교역 급감으로 배를 통해 낼 수 있는 수익이 없어 빚만 늘었다. 현재 국제적으로 소송도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은행 부행장은 “D해운사가 이번 해운업 구조조정 문제 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다”며 “해운업이 구조조정이 조선, 해운, 은행, 캐피털 등 이해관계가 얽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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