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독일 품을 떠나지 않게 됐다.
모기업인 독일 최대 여행회사 TUI는 하파그로이드를 44억5천만유로(60억달러)에 독일 투자자들로 결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시각으로 12일 밝혔다.
이로써 독일 함부르크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투자 컨소시엄은 하파그로이드 지분 67%를 인수함으로써 독일 기업이 외국계 기업에 팔리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함부르크항의 물동량 하락 우려도 씻을 수 있게 됐다.
독일 투자자 컨소시엄은 함부르크시정부를 중심으로 스위스 글로벌 물류회사인 퀴네앤드나겔과 투자은행 MM 바르부르크, 함부르크 지역은행 HSH 노르드방크, 보험회사인 시그날 이두나, 한세 머쿠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전부터 싱가포르 선사 넵튠오리엔트라인(NOL)의 하파그로이드 인수를 유럽 2위 컨테이너항만인 함부르크항의 지위 약화를 이유로 반대해 왔으며 지난달 29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NOL과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특히 입찰에서 NOL보다 더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NOL의 행보에 걸림돌이 됐다.
결국 다른 어느 곳보다 하파그로이드 인수에 공을 들였던 NOL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입찰 참여 포기를 밝혔다. 이 회사 론 위도우스 사장은 이날 "NOL은 하파그로이드의 가치를 믿고 있고 최근 컨테이너선 업계가 직면한 도전적인 시장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 들었다"고 밝힌 뒤 "NOL은 현재 컨테이너 해운시황의 하락사이클에 대비한 (위기) 관리와 고객 서비스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파그로이드 인수가격은 TUI가 회사 매각을 공식화했던 지난 3월초만 하더라도 70억~80억달러까지 거론됐으나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와 해운경기 위축으로 동반 하락했다.
이에 대해 TUI 미하엘 프렌첼 최고경영자(CEO)는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거래 가격은 회사 지분 3분의2만을 매각하는 것에 미뤄 일반적인 시황 수준에 버금가는 적정 가격이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이 독일만의 잔치로 매듭지어지면서 프렌첼은 향후 하파그로이드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한편 기존 회사 조직도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UI는 매각 이후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주주들 중엔 해운사 지분투자로 악명이 높은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슨도 대주주로서 껴 있다. 그는 TUI측에 하파그로이드 매각을 압박해온 장본인이다.
한편 하파그로이드는 올해 상반기동안 280만TEU의 컨테이너를 수송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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