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11:04
조선업계 "후판가격 안심은 아직 일러"
포스코 가격인상 긍정적…동국제강 인상률 관심
포스코가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반영해 오는 17일 인도분부터 선급용 후판 가격을 t당 12만원 인상키로 결정한 가운데, 조선업계는 인상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도 조만간 후판가 인상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열연류와 조선용 후판, 선재, 주물선 등은 t당 12만원, 일반용 후판은 7만5천원을 각각 인상할 예정이다. 또 냉연류에 대해서는 제품별로 생산공정에 따라 12만∼14만원으로 차등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주물선은 5월20일 주문투입분부터 인상가격이 적용된다. 이같은 인상 결정으로 조선용 후판은 t당 기존 66만5천원에서 18% 오른 78만5천원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포스코의 후판가 인상률은 기존의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긍정적이란 입장이다. 당초 업계는 최근 유연탄과 철광석이 각각 200%, 65% 인상된 것에 미뤄 포스코의 매출액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인상분을 27~30% 수준인 t당 18~20만원까지 예상했었다. 더구나 조선용 후판은 다른 제품과는 달리 올해 초 가격 인상에서도 제외됐기 때문에 20만원 이상이 상승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스코는 이번 인상률에 대해 극한의 원가 절감을 통해 수요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조선사들이 올해 건조분을 수주할 때 대한 후판 가격을 t당 최소 800달러 이상으로 가정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상에 따른 조선사들의 수익성 훼손은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조선용 후판 가격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최대 20만원 이상 낮은 편이다. 경쟁사인 동국제강은 현재 t당 82만원을 받고 있고 일본산은 870달러(88만4천원), 중국산은 1천달러(101만6천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포스코의 가격 인상분까지 감안한 올해 조선 6사의 후판 가격 상승율은 전년 대비 26.8% 정도로 추정된다. 후판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을 2.9% 정도 하락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건조선가 상승을 감안하면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대비 평균적으로 1.7%포인트 정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슬라브 가격이 t당 850달러 이상 거래되고 있는 것에 미뤄 동국제강도 후판 가격을 조만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슬라브와 제품 가격간 차이가 확대된 것을 감안할 때 t당 최소 15만원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도 철광석 가격과 유연탄 가격 급등에 따라 고철 및 합금철 가격이 추가 인상될 경우 올해 하반기께 후판 가격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의 후판 가격이 15만원 정도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후판 평균가격을 2만2천원 가량 상승시켜 조선 6사의 후판 가격은 지난해 대비 30.1% 오르게 된다. 이는 이들의 영업이익률을 3.3% 가량 하락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경우 조선사들의 작년 대비 영업이익률 개선폭은 평균적으로 1.3%포인트로 작년 대비 개선폭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후판가 상승에 가장 영향을 받는 조선사는 어디일까? 조선사별로 후판 사용량 및 도입처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은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조선사 중 매출 대비 후판 비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TX조선으로 15.6%에 달한다. 이어 현대미포조선 15%, 대우조선해양 11.8% 등 조선사업만을 영위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해 다른 사업부문을 갖고있는 현대중공업(9.9%)이나 한진중공업(9.7%), 삼성중공업 등은 후판비용 비중이 9.1%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투자증권 최원경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조선사업 비중만을 감안해도 매출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후판 사용량 대비 건조선가가 높은 LNG, 드릴쉽 등을 주로 건조하기 때문인 것을 파악된다"고 말했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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