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6 18:32
EU경제의 연착륙 가능성과 시사점
중국-아세안항만, 보다 빠른 성장 예상돼
●●● EU경제의 2/4분기 이후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성장세가 금년 들어 점차 약화되고 있다. 2006년에 EU경제는 2000년 이래 최고 성장률(3.0%)을 기록하였으며, 유로지역경제도 2.8% 성장했다. 2007년 3/4분기까지 유로지역은 물론 동유럽 경제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성장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유로지역은 2/4분기에 건설투자의 위축으로 전년동기비 2.5%(전기비0.3%) 성장한 데 이어 3/4분기에도 전년동기비 2.2%(전기비 0.5%) 성장에 그쳤다.
2007년에는 민간소비 등 내수가 성장을 주도했다. 유로화 강세로 인해 純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감소하는 대신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고용사정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실업률은 2007년 9월 1993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2007년 9월 유로지역 실업률은 7.3%, EU전체 실업률은 7%로 2003년말 대비 각각 1.5%p, 2%p 하락했다. 임금 상승과 세금부담 완화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함으로써 가계의 소비여력도 확대됐다.
선행지수들도 EU경제의 연착륙을 예고했다.
EU의 경기체감지수(ESI)는 4개월째 연속 하락했다. 경기체감지수(ESI; Economic Sentiment index)는 EU집행위가 개발한 경기선행지표로 EU와 유로지역의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척도다. 제조업, 서비스업, 소비자, 소매, 건설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경기체감지수의 추이를 보면, EU 경기는 지난 7월부터, 유로지역은 지난6월부터 하강하고 있으며, 10월에는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ECB의 고금리정책과 금융시장 불안이 기업 및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6개월 후의 독일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Ifo지수도 지난 5월 이래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수준은 장기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하락세가 문제다. 2005년 말부터 시작된 금리상승의 여파가 주택경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MFI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06년 중반 이래 완만하게 둔화했다. 주택구입 대출은 2005년 말에 연율로 12%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07년 8월에 8.1%(연율)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에서 주택판매량 감소와 주택가격하락이 본격화됐다.
2008년 EU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다.
세계경제는 2007년 3.8% → 2008년 3.5%로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2008년 세계경제는 금융시장 불안과 고유가 등으로 성장률이 3%대 중반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고유가 등으로 고성장-저물가의 골디락스경제(Goldilocks Economy)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유로지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물가불안을 이유로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어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성장세에 힘입어 3%대중반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탈동조화(decoupling)의 진전으로 미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미미하다.
미국 등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는 EU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성장률 1% 감소는 EU경제 성장률을 0.25%p 감소시키는 효과다. EU경제는 큰 폭의 수출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U의 역외수출에서 약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일본 등 OECD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다. 다만, 아시아와 중동산유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한 수출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착륙을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4.0% → 3.5%)이 있다. 인플레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ECB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용경색 등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은행간 금리(Euribor)가 꾸준히 상승했다.
ECB는 2005년 12월 금리인상에 나선 이후 그동안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0%에서 4.0%로 인상했다. 기준금리의 인상으로 은행간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2005년말 2.5%였던 3개월 만기 Euribor는 기준금리 상승의 여파로 지난 8월초 4.3%까지 상승했다. 또 8월 이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은행간 금리가 추가로 급상승했다.
ECB의 유동성 공급과 연이은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은행간 금리는 10월초 한때 4.8%까지 상승(11월7일 4.6%)했다. 최근의 은행간 금리는 1차 고금리 기간(2000.8∼2001.3)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의 위축으로 향후 1년간 GDP증가율이 0.7%p 감소한다.
2008년에는 경기 둔화로 인해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기위축은 금리인하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고유가로 인한 물가불안은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랑스 등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의 여파가 유로지역의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ECB에 유연한 금리정책을 주문한다. 반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하여 ECB의 물가관리 목표치(2.0%)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ECB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기적으로 현 금리수준이 유지되겠으나, 2008년 중 유로지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1∼2차례 금리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 환율의 오버슈팅(overshooting)도 금리인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로화 환율의 강세기조는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로 2006년 이래 유로화 강세가 지속됐다. 달러화는 경상수지적자, 미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시현했다. 유로화 환율은 2006년초(1.182달러) 이래 23.8% 상승ㆍ달러화는 2006년 이래 최고점 대비 영국 파운드(20%), 일본 엔(9.1%)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다. 특히 2006년 1월 이래 2차 유로화 상승기가 진행 중이다ㆍ서브프라임 사태로 유로화 환율은 지난 9월20일에 1.40달러를 돌파한 이래 고공행진을 계속하여 11월7일 1.464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 강세는 수출 둔화를 초래해 경제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유로화의 10% 절상은 1년간 GDP 증가율을 0.2∼0.8%p 감소시킨다.
유로화 환율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강세 기조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의 회복 지연과 금리차 축소로 인해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이 심화되어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유로화 환율은 2007년 연평균 1.37달러, 2008년 연평균 1.43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로지역의 성장 둔화와 주택부실 문제가 표면화될 경우 유로화는 약세로 반전되어 1.40달러 아래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EU 지역경제전망은 다음과 같다.
유로지역경제은 2007년 2.6% → 2008년 2.1%로 예상된다.
2008년 유로지역경제는 2% 초반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4/4분기부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기준 강화와 고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의 영향으로 그동안 수출과 더불어 성장동력 역할을 해 왔던 투자의 증가율이 5% 내외에서 3%대로 하락할 것이다. 반면, 민간소비는 2%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다. 소비자신용 억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겠으나, 노동시장의 개선과 임금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증가할 것이다.
민간소비가 연착륙(Soft Landing)할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수출은 동유럽과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 국가에서 계속 호조를 보이겠지만, 유로화 강세와 미국의 수입수요 둔화로 증가율이 하락할 것이다.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민간소비 등 내수 덕분에 내년 2.2%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독일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2.6% 성장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문도 회복됐다.
2008년 독일경제는 2.2%로 성장률이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해외수요 약화와 유로화 강세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다. 반면 노동시장 개선과 임금 상승으로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프랑스경제는 민간소비 호조에 힘입어 2.1% 성장 예상된다. 올해 프랑스경제는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여 1.9%성장 예상했다. 2008년 프랑스경제는 내수 호조에 힘입어 올해보다 약간 높은 2.1% 성장 전망이다. 사르코지정부의 개혁정책에 따른 노동시장 개선과 가계수입의 증가로 민간소비가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불안에 따른 대출기준 강화로 주택거래량 감소 및 주택가격의 하락 등을 통해 연착륙 예상된다. 강한 내수경기와 유로화 강세로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이다.
수년간 주택경기 호조로 경기과열 양상을 보였던 스페인, 아일랜드 등은 성장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금리 상승과 대출기준 강화로 주택가격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 등은 이미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앞으로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 주택경기 부실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스페인의 부동산시장은 경제적 비중이나 구조 등에서 서브프라임사태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부동산시장과 유사하다.
2008년 영국경제는 금융불안으로 2%대 초반 성장 예상된다. 올해 영국경제는 민간소비의 호조로 2.9%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불안의 장기화와 파운드화 강세로 인해 영국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추세다. 노던록(Northern Rock) 등 모기지 대출기관의 부실 문제로 인해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은 물론 금융서비스 등 전체 GDP의 74%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이 냉각되는 조짐이다.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逆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영란은행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 경제는 수출 둔화로 성장세가 약화될 전망이다.
2007년 동유럽 경제는 내수 호조와 서유럽 수출의 증가로 6%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시현했다. 발틱 3국과 신규 EU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실질소득 증가와 소비자 신용의 확대로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여 6∼10% 성장했다. 한편 발틱 3국의 경상수지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잠재적 리스크요인이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는 서유럽 수출 증가에 따른 내수 활성화로 5∼8%성장했다. 예외적으로 헝가리는 긴축재정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인해 성장률(2.1%)이 가장 저조하다.
2008년에 동유럽 경제의 성장률은 5%대 초반으로 하락 전망이다. 금리 인상과 긴축 재정, 해외수요의 둔화 등으로 동유럽 국가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는 경기과열로 인한 조정으로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자동차, 전기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지투자 확대로 2008년에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민간소비보다 純수출이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헝가리는 긴축 통화정책과 높은 금리로 인해 내수시장이 위축되어 성장이 부진할 전망이다.
시사점
EU경제는 착실한 경제개혁 덕분에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로화 강세라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EU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경제개혁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개혁정책으로 고용여건이 개선되고 임금이 상승하여 튼튼한 내수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주택경기 침체를 경험할 일부 국가는 버블 제거 과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할 전망이다. 중국발 리스크 발생 가능성과 원화 강세에 직면한 한국경제로서는 체질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개혁노력
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로서는 내년도 대EU 수출 여건이 만만치 않다. EU는 한국에게 있어 중국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전략시장이다. 대EU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4.9%에서 2007년1∼9월에 15.1%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 대미수출 비중은 12.5%로 2006년(13.2%)보다 감소했다. EU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2006년과 같은 큰 폭(12.9%)의 수입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2008년 수입증가율은 유로지역 5.3%, EU 8%로 예상된다. 미국의 수입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각국은 1조3,505억 유로 규모의 EU수입시장을 놓고 경쟁이 불가하다.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84%(중국 14.2%, 일본 5.7%,대만 1.9%)이다.
한-EU FTA를 조기 체결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 수출이 EU 시장점유율 '3%의 벽'을 돌파하려면 FTA 체결과 같은 획기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 5차 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양측은 전향적인 오퍼(Offer)를 제시함으로써 Win-Win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수출업체는 EU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EU경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주택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나 국가별로는 비대칭적 충격(Asymmetric shock)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택가격의 버블과 주택금융시장 노출 정도에 따라 국가마다 경제적 충격이 각기 상이하다.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와 동유럽 국가를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들은 노동시장을 개선한 결과 민간소비가 견고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동유럽 경제도 발틱 3국을 제외하고는 견고한 내수 성장이 기대된다.
반면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은 주택가격 조정으로 인한 경기둔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주택가격의 하락은 逆자산효과로 인한 소비 감소, 주택건설 둔화, 신규주택과 관련한 내구소비재 수요 감소 등을 초래한다. 주택경기 호황으로 건설경기와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였으나 주택가격조정으로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시장은 수입수요의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신용불량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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