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작년물량 빠져나가고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 겹쳐 전반적 침체
지난 해 12월 극동-아프리카 간 항로는 전통적인 비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서안 지역의 끊임없는 수요 생성 및 중국발 물량 지속세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하면 비교적 그나마 나은 양상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1월 들어 길게는 2~3주에까지 걸쳐 이어지는 현지 크리스마스 여름 휴가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수입 수요가 급감, 전형적인 시기적 침체(slack) 국면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는 항상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므로 선사들은 당황하기 보다는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3월 이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데 오히려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프리카 항로 전역을 서비스하는 A선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12월에 비해서는 다소 위축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전에 예상했던 바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은 B선사도 마찬가지. B선사 관계자는 “지난 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운임 수준은 200~300달러 정도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작년 8~10월에 실시했던 GRI가 성공을 거둔 탓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현재 선사들은 계절적.시기적 요인에 따른 선복 수요 감소에 따라 지난 해 10월 이후 운임 인상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수기가 끝나고 물량이 회복되는 3월 이후 에야 GRI 실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몇몇 선사 관계자들은 올해 아프리카 항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최근 레진(석유화학 소재류) 수출량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
C선사 관계자는 “레이진은 아프리카향 전수출품목의 40~50%를 차지하는 품목”이라며 “레진 수출의 비중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여서 걱정”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시장은 레진시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프리카 무역에 있어 레진 의존도는 상당히 크며 아무리 일반 상품들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도 레진 물량 급감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레진 물량 비중 감소의 원인에 대해 B 선사 관계자는 ▲ 주 수입국이었던 나이지리아.앙골라 등 산유국들이 최근 풍부한 자원을 이용한 산업발전을 통해 레진을 자국에서 생산.충당하는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으며 ▲ 미주 지역에 원유를 수출해 레진을 재수입하는 경향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월 현재 아시아-아프리카 항로의 BAF(벙커유할증료)는 서안과 동안의 경우 TEU당 235달러(FEU당 470달러), 남안의 경우 12월 대비 약 40달러 정도 떨어진 258달러를 적용하고 있으며, PSS(성수기할증료)는 남안의 경우 1월부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한편, 서안과 동안은 2월 중순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서안의 경우 TEU당 200달러(FEU당 400달러)이며 동안은 TEU당 150달러(FEU당 300달러)를 각각 적용한다.
<항로담당자 인터뷰>
“장기적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황금시장”
피아이엘 코리아(주) 한정기 전무
현재 우리나라에서 극동-아프리카 간 항로를 서비스하는 선사는 아직까지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시장 역시 소수 몇몇 업체들에 의해 주도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싱가포르계 정기선사 PIL(Pacific International Lines)의 한국 법인인 피아이엘코리아(PIL Korea)는 아프리카 지역을 운항하는 이러한 주도 선사 중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 한정기(韓正基) 전무이사<사진>는 지난 1984년 PIL이 우리 나라에 진출할 당시부터 현재인 2007년까지, 만 23년 동안을 한 곳에 몸담아 온 아프리카 항로의 역사적인 산 증인이자, 명실상부한 ‘PIL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전무는 피아이엘코리아에 몸담으면서 아프리카 서안 지역의 자사 시장점유율을 한 때 60~70%까지, 동안 지역의 경우에는 80~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수훈을 담당했다.
한 전무는 “아프리카 서안의 경우 최근 3년 여 이상 선복량 부족 현상이 지속돼 하주들이 오히려 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이러한 현상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글로벌 선복량 증가 영향으로 한국지역 선복배당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머스크에게 1위 자리를 양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동안 지역에서는 PIL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남안 항로는 남미 동안을 최종목적지로 삼아 경유하는 성격이 강한 항로이기 때문에 선사간 운임경쟁도 치열하고 PIL의 시장점유율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영향력 강한 대형 하주들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의 항로 시황에 대해서는 “계절적 비수기(slack season)에 해당하는 현재의 경우 선복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라면서 “특히 서안의 경우 평소 선복의 수요초과 현상이 발생해 왔지만 올해 3월 이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비수기 동안에는 선복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현재의 소석률은 100%인 만적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임 역시 아직까지는 비수기이므로 인상 조치는 물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는 3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오르지는 못하고 있어도 아직 어느 정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무는 이밖에도 동아프리카 항로의 물량.시장 측면의 보수적 특성 등을 논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서안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등의 환경변화와 맞물려 아프리카 항로는 ‘황금시장’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서안의 경우 열악한 항만 하역 시설때문에 컨테이너 전용선(풀컨테이너선)이 입항하지 못하고 컨테이너 자체에 크레인이 장착된, 데릭 파워(derrick power)가 최소한 40t 이상 되는 세미컨테이너선박 밖에는 투입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으며, 다르살람항(탄자니아)을 비롯한 아프리카 곳곳의 고질적인 항만적체현상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상의 문제들은 점차 하나하나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는 분명 밝은 미래가 기다리는 시장임에 틀림없다”고 한 전무는 밝혔다.
평소 동양 각국의 차(茶)를 즐겨 마신다는 ‘녹차 매니아’이기도 한 한정기 피아이엘코리아 전무이사는 한양대 정치외교학과(74학번)를 졸업한 후 지난 79년 천경해운에 입사, 부정기선 및 정기선 영업을 담당하던 중 1984년 PIL의 한국 진출과 동시에 PIL을 전담, 20여년 간 일선 영업 및 영업 총괄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는 경리 부문을 제외한 PIL KOREA의 모든 제반 업무들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한 전무는 한편 19개 해운대리점 선사가 가맹 중인 국제해운협회 내 ‘수요회’(영업총괄 CEO들의 모임임)의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한편, 현재 MOL과 아시아-남미 노선을 공동 운항 중인 PIL은 올 4월 더반(남아공)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남미 지역으로 직기항하는 서비스를 새로이 선보일 예정이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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