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4 15:24

대우조선 김근중 반장, 루마니아 연수생과 고향가는 사연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을 맞아 이역만리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외국인 연수생을 매년 고향에 데리고 가 함께 명절을 쇠는 조선소 근로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있는 김근중(46·탑재1팀 자동용접반) 반장.

김씨는 올해로 벌써 4년째 대우망갈리아조선소에서 이곳 옥포조선소로 기술연수를 와 반에 배속된 루마니아인 연수생을 자신의 고향인 전남 강진으로 데려가 추석을 함께 보내고 있다.

김씨가 처음 외국인 연수생을 데리고 추석을 쇠러 가게 된 것은 말이 잘 안통하지만 조선기술을 배우려는 의지가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열심인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감동을 받아서였다.

이번 추석에 김씨와 함께 고향을 찾게 되는 사람은 올 2월 그의 반에 새로 들어온 루마니아인 연수생 몰도베아누트라이안(19) 씨. 금발의 외국인 청년 트라이안씨는 올해 열아홉나이 답게 ‘추석 명절’ 쇨 준비에 들떠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동료 루마니아 인들에게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로 4년째 하는 일이지만 김 반장 역시 이 벽안의 청년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 해 왔듯 고향에 가서 성묘도 함께 하고 성묘를 마친 뒤, 어머니가 계신 서울로 이동해 송편을 비롯한 명절음식도 같이 만들고 차례도 함께 지낼 생각.

또 한국식으로 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한국 문화와 끈끈한 정을 고루 알게 하고 싶단다. 차례를 모두 마친 후에는 한강, 남산 타워, 남대문 등 서울 구경을 잡아놓고 있다.

매년 두 번, 추석과 설에 이 일을 하다보니 칠순 노모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도 루마니아인 연수생과 함께 추석을 보내는 것을 즐거워 한다. 내 자식처럼, 내 가족처럼 풍성함과 따뜻한 정을 나눠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 명절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것. 정 나누기를 주저 않은 우리네 가족사랑의 본 모습을 루마니아 청년에게 전하고 있는 셈이다.

김근중씨는 “우리에겐 추석이 풍성하고 가족들과 만나는 기쁨으로 1년 중 가장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날이지만 기숙사에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향수병만 키우는 시간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면서 “외국인 연수생들에게도 우리 한가위의 풍성함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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