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7 18:22
영국 항공기 테러모의 사건으로 아시아 항공업계에도 테러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 지역은 세계 항공 화물 취급량 1위(홍콩), 국제 항공화물 수송 1위(대한항공)를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항공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지난주 영국에서 항공기 테러모의가 적발된 이후 아시아 지역 공항에서 승객들에 대한 보안검색이 강화됐지만 상당수의 아시아 항공사들은 여객기에 실리는 화물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항공 화물에 대한 취약한 보안검색이 항공 보안에 허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기술상의 문제와 업계의 반발로 인해 화물 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로버트 프랜시스 전(前)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부위원장은 항공 화물의 보안 문제는 "가장 우려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콩 민간항공국 보안담당 관계자도 "주요 항공사들이 처리하고 있는 막대한 화물 양을 감안할 때 화물을 100% 검사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폭탄 감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화물의 크기와 내용물에 상관없이 여객기에 실리기 전에 모든 화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검사하고 있으며, 승객들의 가방을 검색할 때 사용되는 폭발물 감지 장비와 냄새 탐지기 등을 추가로 도입해 보안검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항공 화물의 4분의 1가량이 미국 여객기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로 검사를 받는 화물의 양은 10∼15%에 불과하다.
문제는 항공사들이 화물 검사시 실질적인 화물 내용물보다 화물 운송업자의 신용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믿을 수 있는 운송업자의 화물은 무작위 검사만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시아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만 에바항공은 사전 승인을 받은 운송업자의 화물에 대해서는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으며, 다소 생소한 운송업자의 화물에 대해서만 전량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홍콩도 이른바 믿을 수 있는 화물(0.5%)에 대해서는 X-레이 검사를 무작위로 실시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내년에는 검사 대상 화물을 1%로 늘릴 방침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X-레이, 폭탄 감지기, 탐지견 등을 동원해 여객기에 실리는 모든 화물을 검사하고 있지만 화물 수송기로 운반되는 화물은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는 데 그치고 있다.
항공사들이 화물 보안검색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비용 부담과 테러 오인에 따른 운송 지연 우려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여기에 아직 공인된 화물 검사 장비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 항공사들은 연간 여객기 화물 운송으로 약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검사 장비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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