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4 17:21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 다 16729 판결 손해배상 -
【원 고】 C 은행 주식회사
【원고 승계참가인ㆍ상고인 겸 피상고인】 A 공사
【피 고 ㆍ 피 상 고 인】 D 주식회사
【원 고 ㆍ 상 고 인】 K 창고 주식회사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8월 8일자에 이어>
운송인은 화물을 안전하게 수하인에게 인도하는 의무를, 창고업자는 운송 과정 중에 보관 등의 필요가 있을 때 이를 적절한 상태로 보관하여 종국적으로 수하인에게 인도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운송인 및 창고업자는 선하증권 (항공운송의 경우 항공운송장, 육상운송의 경우 화물상환증)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해야 하나, 실무적으로는 수하인인 은행이 아님에도 실제 화주가 이를 요청하고, 세관 통과 등에 있어서 실제 화주를 기재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어 운송인이나 창고업자 등의 업무 집행에 대하여 일률적인 기준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사안의 경우, 원심 판결이 파기환송 되었으나 파기환송 사유는 소송절차적인 흠결이므로, 큰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결 이유에서 밝히고 있는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의 의무의 범위에 대한 판단은 한번쯤 되새겨 알고 있으면 유용한 정보라 할 것인 바, 이하에서는 상기 판결에 의하여 설시된 운송인과 창고업자의 의무와 그 범위 등에 관하여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전체적인 필자의 생각을 밝혀보고자 한다.
운송인은 D 는 항공운송장 이면 약관에 따라 항공운송장상의 통지처인 B에게만 통지하고, 수하인에게는 통지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바르샤바협약에 따르면 ‘운송인은 달리 합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물이 도착한 때에 즉시 그 뜻을 수하인에게 통지하여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바르샤바 협약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양 당사자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 부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일 뿐이다. 즉, 민사나 상사 관련 법규의 경우 원칙적으로 특별히 그 규정의 준수를 강제하지 않는 한, 양 당사자의 합의가 우선하게 된다.
사안의 경우에도 항공운송장 상 통지처는 'B'라고 명시한 이상 양 당사자의 특약이 성립되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판례 역시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 통관에 있어 수하인이 아닌 실수입자로 기재하는 것은 관행으로 인정
통관 절차를 위한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운송인은 세관장에게 제출하는 혼재화물적하목록 수하인 란에 혼재항공운송장상의 수하인을 기재하고, 보세창고업자는 적하목록의 수하인과 수입신고필증상의 수입자를 대조하여 반출자의 동일성을 확인함으로써 화물의 무단 반출을 배제하여 수하인에게 적법하게 반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수하인은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이 되는 것이 보통이고, 그런 경우 화주가 불분명한 것으로 처리되어 통관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상기와 같은 절차를 숙지하고 있음에도 보통 운송인은 실수입자를 기재하고 있고, 보세창고 업자 또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정형화된 관행은 보통 법리 적용에 있어서 감안함으로써 실제 거래에 적절하게 법령이 혼용되도록 하여야 한다.
판례 역시 관세청의 고시에서 말하는 창고업자의 대조의무는 하나의 요건에 불과하며, 이를 가지고 창고업자가 화물의 부단반출을 용이하게 한 주의의무 위반이라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렇듯 정형화된 업무상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상황과 동떨어진 규정을 위반한 것을 무조건 주의의무 위반이라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할 것인데, 판례는 탄력적으로 상관습처럼 행해지는 업무 관행을 인정하여 주의의무 위반은 아니라 결론짓고 있다.
덧붙여, 창고업자가 ‘통상적으로 수하인 란에 실수입자를 기재하는 관행이 있으며, 자신이 보관하게 되는 화물 역시 위와 같이 통관하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창고업자는 당연히 운송인의 지시에 따라 화물을 인도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이제 와서 '수하인 란에 기재된 실수입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였다'는 항변으로는 부당하다 할 것이다. 판례 역시 이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행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확히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수입화물에 대한 운송관계는 운송인이 수하인이나 그의 동의를 얻은 실수입자에게 화물을 인도함으로써 종료된다. 단순히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였다 하여 이를 수하인에 대한 인도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는 보세창고에서 세관을 통과하는 절차 역시 일련의 운송과정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피고는 실수입자가 보세창고인 피고와 임치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이 때부터는 실수입자의 실제 점유에 포함되어야 하고, 따라서 운송인의 책임은 종료되는 것이라 주장하나, 판례는 이러한 경우에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판단하고 있다. 생각컨대 이는 운송의 최종 목적은 수하인에게 운송을 마치는 시점이고 이와 동일하게 수하인이 지정하는 실수입자에게 운송하는 것까지만 운송을 종료하였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인 것이라 하겠다. 즉, 이러한 수하인의 지시 없이 단순히 실수입자가 보세창고와 임치 계약을 체결한 사실만으로 운송을 마쳤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판례는 이러한 경우에도 아직 운송 중이라 판단하여 운송인의 책임구간으로 판단한 것이다. 타당한 결론이다.
지금까지 상기 판례에서 다루고 있던, 운송 과정 중에서의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의 책임 및 의무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여기서 굳이 살펴보지 아니한, ‘운송인은 창고업자의 사용자적 지위가 부인된다’는 점 등도 실무진행에 필요한 쟁점이라 할 것이나, 이미 살펴본 바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생략하였다. 한마디로 판례의 입장은 실무적인 관행을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분쟁에 대한 적절한 조화를 꾀하여 운송인과 창고업자가 현실성 없는 규정보다는 관행에 따른 업무 진행을 장려하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판례의 해석을 통하여 운송인 및 창고업자는 그 책임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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