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8 14:54
LCL콘솔 특화서비스로 승부수
회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로운 혁신, 변화하는 해운”이란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회사 혁신을 위해 전사(全社)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수물류 회사로 이미지가 굳어진 현대택배에서 해운에 대한 강조문구를 보는 것은 기자로선 신선함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들기에 충분했다.
현수막의 내용처럼 최근들어 현대택배는 복합운송, 특히 해운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중 사업성장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파트가 바로 LCL콘솔.
지난 2003년 1월 현대택배 LCL콘솔팀 지휘봉을 잡은 정광호 팀장은 여러 다채로운 운송상품을 내세워 격랑의 ‘콘솔시장’을 헤쳐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DDP·DDU운송 만족 하세요?”
그중 하나가 DDP(관세지급인도)나 DDU(관세미지급인도)등 문전배달을 요하는 운송에서의 과감한 서비스다. DDP나 DDU는 항과 항만을 연결하는 일반 해상운송과 달리 현지 트럭킹 운송을 통해 수입자 발앞에까지 화물을 배달해야 하는 운송형태.
현대택배는 이 운송에서 수입자가 최대한 편한 상태로 짐을 받아 볼 수 있도록 섬세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쇄물의 경우 개인이 주문하기도 하는데, 아파트 문앞까지 현대택배가 손수 배달해 준다. 그야말로 국제특송이 따로 없는 셈. 게다가 수출자가 통관료까지 내야하는 DDP조건일 경우 이를 대납해주기까지 한다. 통관료는 운송비의 30~40%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만만치 않다. 운송비가 1천달러일 경우 이중 3백~4백달러가 통관료 명목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현대택배는 이를 대신 내줌으로써 하주들이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있다.
현대택배의 국제물류부문은 전체 회사 매출에서 50%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매출이 몇몇 대형하주 물량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은 현대택배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국제물류 매출중 정 팀장이 키를 잡고 있는 LCL콘솔은 4~5%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낮다. ‘콘솔’이 많은 하주를 상대로한 소량화물 중심의 운송형태란 점을 감안할 때 현대택배가 국제포워딩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다 다각화된 운송패턴을 꾀하기 위해선 LCL콘솔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LCL콘솔팀은 어찌보면 ‘현대택배호’가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부표 구실을 하는 셈이다.
정 팀장은 운송다각화를 위해 ‘바이어 콘솔’이란 무기를 빼들었다. 하주가 여러 지역이나 계열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이를 하나로 잘 묶어 목적지로 일괄운송해주는 것이 바로 바이어 콘솔이다. 현대택배는 미주로 보내는 이랜드의 의류물량과 중동 두바이로 수출되는 기계류등을 수년전부터 바이어 콘솔로 핸들링하고 있다. 정 팀장과 팀원들이 만들어내는 바이어 콘솔 화음에 한번 빠져든 업체들은 딴 업체로 옮기려 하지 않는다고.
바이어콘솔에 한번 빠져 보시겠습니까?
동남아시아 화물을 항공으로 인천으로 들여와 부산항에서 해상으로 미주지역에 내보내는 이른바 동남아-한국-미주를 묶는 씨앤에어(Sea&Air)서비스도 현 LCL팀이 새롭게 짜낸 아이디어다. 중국-한국이나 한국-캐나다 밴쿠버를 묶는 씨앤에어 서비스는 많이들 하고 있지만 동남아-한국 루트는 그리 흔하지 않다. 이 서비스는 작년부터 현대택배의 주력 운송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이 회사의 기존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현대택배 LCL콘솔팀은 그 노력만큼이나 에피소드도 많다.
정 팀장의 경우 화를 복으로 만들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전 온두라스로 ‘자수기’를 운송하는 일이 있었는데 당초 일정보다 24일이나 지연되는 사고가 나고 말았다. 미국 통관과 마이애미-온두라스 피더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 운송을 맡긴 하주가 가만 있을리 없었다. 하주는 당장 클레임을 걸었고 결국 정 팀장은 몇천만원어치 운송건에서 몇십억원의 클레임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 팀장은 그러나 이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 하주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과했고 정 팀장의 진심어린 사과에 하주는 3백만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를 해줬다. 뿐만 아니라 모든 운송을 정 팀장과 하기로 독점계약까지 했다.
현재 입사 5년차로 LCL콘솔에서 핵심축이 되고 있는 박지영씨는 2003년 모 해운사가 주최한 물류교육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이르렀다. 며칠간의 교육기간 중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박지영씨를 두고 회사 직원들은 “적은 화물들을 모아 큰 덩치화물로 만들어내는 콘솔 오퍼레이션 실력을 연애와 결혼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농담한다고.
정 팀장은 올해 비즈니스 전략을 ‘블루 오션'으로 잡았다. 기존 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좁은 곳이 아닌 넓은 대양으로 나아가 LCL콘솔 특화서비스로 회사의 글로벌 기업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
“회사가 LCL팀에 거는 기대는 남다릅니다. 회사에서 젊은 생각 깨어진 사고로 비즈니스 돌파구를 찾아보라는 임무를 내린 것이죠.
우리 LCL팀은 작년에 계획치의 130%를 넘어서는 큰 성장을 했습니다. 올해는 회사내에서 LCL콘솔의 칼라를 찾는 해로 만들 계획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롭고 남다른 서비스로 현대택배가 국제물류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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