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2 17:00
‘항로교차형 환적증가’로 환적화물 증가세 회복
우리나라 항만개발 정책은 전체 화물의 약 40%에 달하는 환적화물의 유치를 전제로 한다. 또 동북아물류중심화정책 추진의 핵심도 환적화물 유치가능성과 관련된다. 동북아지역의 환적수요의 향방에 따라 동북아물류허브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되기 때문. 이같이 환적수요에 대한 우리 해운물류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지만 정작 중국화물의 폭증에 따른 중국항만 직기항체제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항만의 환적화물유치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최근의 환적물량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정봉민 박사는 최근 펴낸 ‘동북아지역의 환적구조 및 환적수요 변화에 대한 고찰’이란 보고서에서 중국항만으로의 직기항체제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 항만의 전체 환적수요 증가세는 계속 유지되고 부산항과 광양항도 일시적인 시설문제나 물동량 부족으로 환적물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것만 해결되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그는 중심-지선(hub&spoke) 운항체제의 쇠퇴에 따라 분산·피더형 환적은 감소하지만 항로교차형 환적은 증가해 지속적인 환적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그 근거를 밝혔다.
분산·피더형 환적 ↓ 향로교차형 환적 ↑
‘분산·피더형 환적’은 모선이 기항하는 중심항과 피더선이 기항하는 주변의 중소항만(피더항) 사이에 이루어지는 환적의 형태다. 이 환적 유형은 다른 환적에 비해 역사가 오래됐으며, 가장 전형적인 형태다.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모선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소수의 선택된 중심항에만 기항하고 중소항만은 피더서비스로 연결하는 수송체계에서 발생하게 된 것이 이같은 형태.
이러한 중심-지선(hub & spoke) 수송체계에서 중심항은 지리적 입지조건, 효율성, 항만이용료등의 측면에서 우위를 가진 항만이 선택된다. 항만의 입지조건은 중심성과 중계성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는데, 전자는 배후지의 수출입물동량 규모를 의미하며 후자는 간선항로와의 연결 용이성을 의미한다.
이같은 중심항의 선정기준은 사실상 피더화물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피더운송에서 환적에 따른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
‘항로교차형 환적’은 서로 다른 항로가 교차하는 항만에서 모선과 모선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환적을 말한다. 이 형태의 환적은 동일 선사 내의 다른 항로 및 전략적 제휴 등으로 계약된 다른 선사의 개별항로가 상호 연계되도록 한다. 특히 선박의 대형화에 따라 항차당 기항항만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 개별 항로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항만의 수는 제한된다. 따라서 항로교차형 환적은 항로당 기항지 수는 줄이되 항로를 서로 연계시킴으로써 서비스 항만의 전체 범위는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즉 이 형태의 환적은 선박의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한편 선복의 효율적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항로교차형 환적은 자체 물동량이 많은 항만으로서 다수의 항로가 교차하는 항만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용자인 선사의 입장에서는 항로교차형 환적항의 선택조건으로 해당항만의 화물처리비용(이용료)과 재항시간(효율성) 등도 중요하게 고려하게 된다.
항만에서의 환적물동량 증가는 중심-지선 수송체제가 일반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심항과 피더항 사이의 연계수송을 위해 모선과 피더선 사이의 환적이 전통적인 환적의 주요 유형이었다. 따라서 환적물동량의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분산·피더형 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등 개도국의 수출입 컨테이너 항만물동량 증가로 기존 피더선에 의하여 연결되던 항만에 대형모선이 직접 기항하는 직기항체제가 확산되고 있다. 직기항체제의 확산은 새로운 중심항만들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항만시장은 슈퍼 메가허브포트보다는 다핵체제(多核體制)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물류중심이 극소수의 초대형 중심항만인 슈퍼 메가허브포트체제로 발전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다수의 중심항만이 상호 연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발전 하는 체제인 다핵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
최근 항만흐름 ‘다핵체제’로 전환
유럽의 로테르담, 동아시아의 홍콩, 남아시아의 싱가포르등이 과거의 대표적인 슈퍼 메가허브포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별로 복수의 중심항만들이 발전해 나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정 박사의 주장. 예로 유럽의 함부르크항, 앤트워프항등은 화물처리량이 로테르담항에 근접하고 있고 동아시아 지역도 기존 홍콩외에 부산, 카오슝, 상하이, 센젠, 칭다오항등이 부상하고 있다. 남아시아 지역엔 싱가포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같이 세계 주요지역에서 물류중심이 다핵화되는 이유에 대해 정 박사는 ▲한계에 다다른 규모화와 ▲물류·정보관리체제 발전에 따른 거리단축등을 꼽았다.
즉 기존의 주요 중심항만들이 이미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더 이상의 물동량 처리시 오히려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가 나타나 화물 단위당 비용이 절감되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보통신 및 경영기법의 발전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조업규모의 범위가 증대되고 있긴 하나 세계 주요 중심항만들은 더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또 물류·정보관리체제가 발전함에 따라 화물을 특정항만에 집중시키지 않아도 연계수송 등에서 비효율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됐다. 따라서 물류관리의 편의보다는 물류흐름상 거리단축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고, 그 결과 각 화물별로 가장 효율적인 운송경로를 택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 점도 다핵항만체제를 탄생시킨 요인.
이같이 수송여건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중심-지선 운송체제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의 환적물동량은 증가세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고 정 박사는 말했다.
세계 환적물동량은 1980년 428만TEU에서 2003년의 추정치는 7290만TEU로 연평균 13.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중 전체 항만물동량 증가율이 8.9%였음을 감안하면 환적물동량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따라 전체 항만물동량에서 차지하는 환적물동량의 비율은 1980년 11%에서 1990년에는 18.2%, 2003년에는 26.4%로 각각 증가했다.
이같이 분산·피더형 환적의 감소 혹은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 항만물동량에서 차지하는 환적물동량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 박사는 항로교차형 환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직기항체제의 확산에 따라 모선이 취항하는 항로가 다양화되고 있고 이들 항로를 서로 연계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모선과 모선 사이에 이루어지는 항로교차형 환적이 급속히 증가되고 있고 이것이 분산·피더형 환적의 감소를 대부분 상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박사는 선박의 대형화가 지속되면서 항로별 기항항만수가 줄어들고 항로의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결과 개별 항로를 연계해 주는 항로교차형 환적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 환적화물 증가율 30.2%
환적화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동남아지역으로 2003년 기준 항만물동량의 49.5%가 환적화물이었다. 이어 중동지역 43.8%, 중앙아메리카 36.2%, 남유럽 35.9%로 각각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지역의 환적물동량 비율은 2003년 기준 19.9%로 전체 평균 26.4%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극동과 동남아 지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환적비율은 30.2%로 전체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이같이 극동지역의 환적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정 박사는 중국의 화물이 한국, 일본등 극동지역에서 환적되기보다 주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서 환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극동지역의 환적처리량은 향후 증가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
우리나라의 주요 항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환적은 분산·피더형과 항로교차형 환적이다. 이중 분산·피더형 환적은 기존 우리나라 항만에서 발생하는 환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추세를 보면 1995년 86만TEU에서 2004년에는 476만TEU로 연평균 21.0%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기간 중 컨테이너전용부두에서 환적된 물동량은 46만TEU에서 작년에는 369만TEU로 연평균 26.1%씩 증가한 반면 일반부두에서 처리된 환적화물은 40만 TEU에서 108만TEU로 연평균 11.6%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반부두에서 처리된 환적화물은 모두 분산·피더형 환적이다. 부산항의 경우 소형 피더선은 일반부두에만 접안이 허용되고 전용부두에 대한 접안은 금지되고 있기 때문. 소형 피더선에서 모선으로 환적될 경우에는 일반부두에서 양하된 환적화물이 전용부두로 이송돼 모선에 선적되며 모선에서 소형 피더선으로 환적될 경우는 이와 반대가 된다.
부산항에서 처리된 분산·피더형 환적물동량은 1990년대 중반 93~94%에 달했으나 2000년에는 71%, 작년 45%, 올 1월에는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1990년대 중반에는 대부분의 환적물동량이 중심-지선 수송체제에서 발생하는 분산·피더형 환적화물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비중이 40% 대로 떨어진 것.
분산·피더형 환적화물의 비중 감소는 반대로 모선과 모선 사이에 이루어지는 항로교차형 환적의 비중이 그만큼 증대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국의 항만에 대한 직기항체제의 확산으로 1995~2004년 중 분산·피더형 환적화물의 비중은 93~94%에서 40% 정도로 낮아진 대신 항로교차형 환적의 비중은 6~7%에서 60% 정도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최대 환적화물 시장은 중국과 일본으로, 중국의 환적물량은 32.5%, 일본의 환적물량은 14.9%에 이른다. 특히 중국의 물동량 규모 및 향후 증가 가능성을 감안할 때 중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같이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항만 환적화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박사는 중국과 일본의 항만물동량은 꾸준히 늘어 날 것이며 환적화물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원 연구결과 2004~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은 연평균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른 중국(홍콩포함)의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은 2002년 5572만TEU에서 2011년에는 1억4435만TEU, 2020년에는 3억6926만TEU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중국의 과거 10년간(1992~2002년) 연평균 컨테이너 항만물동량 증가율은 18.8%이었으나, 향후에는 11%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 박사는 일본의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은 2002년 1341만TEU에서 2011년 1954만TEU, 2020년 2790만TEU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당기간 동안 일본의 물동량 증가율은 과거(1992~2002)의 증가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연평균 4%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되는 예상 총 수출입물동량은 2002년 6913만TEU에서 2011년에는 1억6389만TEU, 2020년 3억9716만TEU다.
이에 따른 중국과 일본의 예상 환적화물은 2002년 1376만TEU에서 2011년에는 3262만 TEU, 2020년 7903만TEU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정 박사는 예상했다.
이같은 결과치에 따라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 가운데 한국에서 처리되는 비율은 2006년 580만TEU(28.8%↑), 2011년 1009만TEU(30.9%↑), 2015년 1358만TEU(28.2%↑), 2020년 1921%(24.3%↑)등으로 높은 환적화물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 항만에서 처리된 환적물동량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이유로 직기항체제의 확산에 따른 분산·피더형 환적 물동량 감소와 함께 우리나라 항만들의 시설부족과 이에 따른 서비스 악화 혹은 일시적인 물동량 부족등을 들었다. 대표 환적항인 부산항은 시설부족으로 체선현상이 나타나는 등 서비스수준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환적화물의 추가적 유치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광양항은 경우는 시설과잉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부족해 환적화물 유치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연간 300만TEU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것.
정 박사는 따라서 향후 부산항의 시설확충과 광양항의 물동량 규모 증가가 이루어지면 항로교차 환적화물의 증가와 더불어 부산과 광양항등의 우리나라 항만의 환적화물유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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