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5 21:32

성난 인천, ‘부산-인천 투포트 정책’ 주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해양부의 발주로 연구용역한 ‘2004년 항만 물동량 예측’에 대한 인천시의 반발이 거세다.

1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전국항만물동량 KMI예측관련 인천시민 대토론회’에서 인천항만관계자, 지역대학교수, 일반시민 등 100여명은 물동량 예측에서 인천항 물동량이 축소된데 대해 성난 민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충청권 이남지역은 부산항, 수도권 화물은 인천항을 이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의 투포트 시스템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광양항 중심의 투포트 정책에 대한 정면반박.

‘밀어붙이기 정책’에서 수요자중심의 ‘유인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는 정부의 정책추진 방식 질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시민들은 KMI보고서의 인천항 물동량 축소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물동량예측의 당사자인 해양수산부 강범구 항만정책과장과 KMI 정봉민 박사 등은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토론회 참석을 하지 않아 인천시의 일방적인 성토대회로 끝나고 마는 아쉬움을 남겼다.


▲KMI보고서 가치중립자세 결핍=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은 이번 연구가 가치중립적인 자세를 결핍하고 있다는 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 예로 KMI가 연구에서 사용한 설문조사를 들었다. KMI는 물동량 예측에서 2011년 이후 의 인천항과 평택항 물동량을 전국 물류수요자 46명에 대한 우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52:48로 거의 동등하게 배분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비슷한 시기에 기획예산처 발주로 권위있는 조사전문기관에서 한 송도신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도권 하주, 포워더, 선사 등 121개 업체 의사결정권자의 80%가 인천항을 선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송도신항 개발희망업체인 파인(Pyne)사가 미국의 항만연구소에 의뢰해 인천항의 장래 물동량을 추정한 결과는 KMI 예측과 최대 100만TEU가 차이난다고 했다.

전 교수는 투포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2006~2007년이 되면 인천항이 광양항을 추월해 제2컨테이너항만이 될 것"이라며 "송도신항을 조속히 개발해 수도권에서 아시아역내로 나가는 화물이 북중국항이나 부산항을 거치지 않도록 해 하주의 물류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라고 말해 사실상 부산.광양의 투포트정책에서 탈피해야할 것을 주문했다.

▲인천항이용, 내륙물류비 절감=지정토론자로 나선 인하대 이재욱 교수는 작년 11월에 해양부에서 실시한 ‘수도권항만의 펜타포트형 물류발전전략 수립방안’과 KMI 항만물동량예측을 비교하며 이번 예측이 수도권항만의 기능을 억제하고 국가물류비 손실과 교통혼잡, 환경오염을 조장하는 현재의 물류왜곡현상을 2020년까지 인위적으로 끌고가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펜타포트 보고서는 인천항 물동량이 KMI 보고서 예측보다 최고 550만TEU가 많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2011년이 되면 수도권 물량 400만TEU에 대한 내륙물류비가 1조6천8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 이를 인천항의 항만시설을 확충해 연간 6천7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항만개발이 '밀어붙이기식 정책'(Push Policy)에서 수요자중심의 유인정책(Pull Policy)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추진 방식을 질타.

▲개성공단물량 축소예측=인천경실련 최정철 박사는 KMI보고서를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인천항 처리물량으로 귀속될 개성공단 물동량을 축소예측하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인천항의 남항과 남외항 부두물량 미반영, 연안 컨물량 예측 실패, 북중국물량의 인천항 유입 미반영 등을 들었다.

최 박사는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수도권 이남지역만을 놓고 보고 있다며 수도권 이북에 해당하는 북한에 대한 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며 개성공단물량을 40만TEU로 예측한 KMI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번 보고서가 인천 남항의 선광부두와 대한통운 부두과 남외항 6부두 물량이 미반영했고 연안 컨테이너 물량도 북한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날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예측보다 늘려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칭다오, 톈진, 다롄 등의 급부상으로 모선의 직기항이 늘고 있고 이들 모선의 인천항 기항 가능성이 높은 점도 인천항 물량 증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항만물동량예측이 제2연륙교 설계를 놓고 인천시가 반발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화물 중국항에 뺏긴다=인천항만물류협회 황치영 이사장은 KMI와 해양부 비판과 함께 인천시와 시민, 항만기관에 인천항 물동량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해줄 것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황 이사장은 인천항이 올해 목표치인 120만TEU를 넘어 150만TEU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선하주 포트세일즈와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이 필요하며 인천항의 환경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항과 남외항이 아파트로 둘러싸야 체선체화가 심각한 내항과 남항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부산항 내륙물류비가 인천-중국간 해상운송비보다 20만원정도 싼 것을 들어 인천항이 중국의 피더항으로 전락해서 수도권화물이 중국 칭다오, 톈진, 다롄등 3대항만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충청권 이남 화물은 부산항을 이용하고 충청ㆍ수도권 화물은 인천항을 이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투포트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투포트 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인천항 시설부족에 수도권화물 타항 이용=남흥우 선주협회 인천지회 위원장은 “2002년과 작년에 머스크 시랜드와 짐라인이 인천항에 기항해 동남아 항로에 배를 댔음에도 기존 인천항 기항 선박들의 선적화물 감소가 전혀 없었다”며 “이는 곧 부산항이나 광양항일 이용하던 중동, 유럽, 호주 환적화물이 인천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 수도권 화물이 인천항의 항만인프라와 선박 기항스케줄 부족으로 부산·광양항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월부터 관세청이 실시하고 있는 컨테이너 개당 25t초과중량시 보세운송 제한제도가 인천항 물동량 증가에 미칠 영향이 KMI보고서에선 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을 정리해 15일 해양부에 이를 전달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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