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3 16:20
배럴당 50달러선에 육박하는 고유가가 9.11 테러의 후폭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미국내 대형 항공사들을 또다시 생사(生死)의 기로로 몰아넣고 있다.
이와 관련,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2일 고유가와 더불어 미국과 유럽을 잇는 대서양 노선에서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이 항공주(株)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항공주에 대한 투자유의를 당부했다.
미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현재 고유가 등 각종 운임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저가 항공사들의 시장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올리지 못해 영업하면 할수록 손실을 보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덩치 큰 항공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형 항공사들만 살아남을 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실적 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의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서양 노선은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젯블루, 사우스웨스트, 아메리카 웨스트 등 저가항공사들이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내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눈덩이 처럼 불어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독려하면서 채무조정을 시도하는 등 파산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델타항공은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총 6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2∼2003년 7개월 가량 파산상태에 있었던 유에스항공은 또 법원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회사는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연간 8억달러 규모의 임금삭감안을 직원들에게 제시해 놓은 상태지만 협상이 여의치 않아 파산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모체로, 미국내 제2위 항공사인 UAL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2년 11월 이후 파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UAL은 16억달러 규모의 채무에 대한 보증요청을 미 정부가 거부하자 직원연금 불입중단을 경고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분석기관인 제프리즈의 스콧 제이콥 애널리스트는 "저가항공사들은 공룡과 같은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유가변동에 따른 대처능력이 뛰어나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는 수년간 이에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년간 적정폭의 운임인상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변변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큰 항공사들은 유가변동에 대비할 겨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9.11 테러이후 항공운송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항공사들을 지원해 왔지만 신생업체가 많아져 이제는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는 일부 대형업체들이 더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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