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29 16:51
물류Gogogo - 경희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생산/물류 연구실
경희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과 생산/물류 연구실
물류 ‘실사구시’학문,
산·학·정 지원 및 상호연계 절실
업계 대학에 대한 지원, ‘미래 회사발전 위한 투자’
학계와 업계 연계, 학생 동기부여 위해서도 필요해
현재 이공계가 많이 침체되었다는 보도가 많이 들리는데, 침체되어 간다는 보도보다는 학교와 업계, 그리고 정부에서 보다 많은 지원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봅니다”라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산공과 생산/물류 연구실의 리더 박양병 교수는 연구사의 어려운점이 어느점인가 하는 질문에 답했다. 현재까지 연구실을 위해 받은 지원금은 3곳에서 나왔다. 한국학술진흥재단, 경희대학교, 그리고 과학재단. 하지만 아직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기업 펀드가 기술연구에 더욱 더 필요함을 역설했다.
SCM학회(회장 한양대학교 이영해 교수)의 부회장이기도 한 박 교수가 이끌어가는 경희대 산업공학과 대학원 산하의 이 연구실은 기업에서 조달·제조·저장·분배의 공급망 과정의 물류활동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설계, 계획, 운영문제를 시스템적 접근방법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된 프로젝트로 물류업에 종사하는 분석자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물류 의사결정지원시스템(DSS ; Decision Support System)을 추진하고 있는 이 연구실의 수장 박양병 교수.
주된 연구 실적인 DSS에 관해 그는 이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된 계기로 산업체 물류를 연구하는 중 과학적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업체 물류 과학적 분석 미흡
“국내에서는 과학적 분석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로는 전문인력이 없고 정보시스템 구축이 아직은 미비하며, 과학적 분석에 대한 마인드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박 교수는 현 실태를 설명했다. 과학적 분석보다는 국내 물류계의 특징인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이 아직은 많은 까닭에 그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이 프로그램이 개발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현장에서 쉽게 쓸 수 있게 개발되었고, 소프트웨어가 실행되며 분석자들이 질문을 입력하면 내장분석기법이 실현되며 화면상으로 조언을 내놓는다. 현재 박 교수는 현장에서의 반응이 좋다고 소개하며 현재 보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이 프로그램이 쉽게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경희대학교 산업공학과로 부임하게 된 것은 1985년. 이제 경희대학교 산업공학과에만 20년째다. 아니, 중간 중간 그의 학자 생활에는 ‘외유’의 기회가 있었다.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보스턴 소재 노스이스턴 대학에서 조교수 생활을, 경희대학교 부임 후에는 방문교수로서 캐나다 소재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과, 미국 버지니아 주 소재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에서의 방문교수 등에서 서구권 대학교들에서의 체험을 쌓았다.
“과거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체 견학 등의 산·학 연계의 기회가 많았으나 현재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교수들에게야 이따금씩 견학 등의 기회가 제공되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업계에서는 종종 대학교육과 현장업무가 괴리되어있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현장과 학계의 연계는 보다 활성화되어야 합니다”라고 그는 산·학 연계가 부족함을 역설하며 해외에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해외의 물류학과와 국내의 물류학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산업체에서 주관하는 세미나 또는 현장 견학은 외국 대학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일반화된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과거에는 더러 기회가 있었으나 현재는 현장 체험이 부족해진 점에 대해 “그로 인해서 요즘 학생들은 현장에 관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이 배워야 되는 과목이 어느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없어지는 거죠. 그 때문에 교수들은 지식을 주입하는 형국이 가끔은 이뤄지고 말입니다”라고 그 폐해를 설명하며 “고등학교 때 수학을 우리는 왜 배워야 하는데요? 대개의 학생들은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엄청나게 문제를 풉니다. 그러다 보니 왜 필요한지 목적도 모른채 학생들은 흥미를 잃죠.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희 과 학생들의 경우 물류관련 과목들을 수강하며 왜 필요한지를 깨달아야 과목에 대한 흥미도 늘어나는 법입니다. 이런 흥미유발은 학생들이 현장에 가서 현장업무를 지켜보며 ‘아, 이 과목은 저 분야에 적용되는 과목이구나’하는 깨달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겁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학습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나’ 학생들이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박 교수. 이 현장과의 괴리를 타파하기 위해 현재 박 교수가 소속돼 있는 학회(SCM학회 ; 그는 학회 부회장이다)에서도 실무 업계와 대학간의 교류를 구상하고 있으나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업계와 대학간 교류 구상중
“그렇다고 학회 모임에 업계 사람들이 나오면 그들은 상당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그 모임에 있어도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저희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표현 방법 등에서 다소간의 이질감이 있거든요.”
아직 남아있는 갭을 설명하며 그는 학생들은 많이 오게 할 수 있으니 기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며 산업계의 학생 참여계기가 많았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학교마다 IE챕터가 있어 학술제를 하면 미 전역에서 학생들이 모여 모임을 가지며 때로는 활발하게 세션 참여를 한다며 산업체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등 모티브가 충분한 외국처럼 많은 모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실무를 깨닫게 하기 위해 그는 다소 독특한 교수법을 이용했다. 학부 강의에서 그는 수강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과제물로 ‘텀 프로젝트(Term Project)’를 제안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당시 요구했던 과제물은 물류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의 사진을 찍거나 카탈로그를 수령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사진을 넣고 그 제품의 장/단점과 용도를 조사를 시킨 것이다.
“당시 2~3명씩 학생을 한 조에 편성한 텀 프로젝트는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강의평가시 물류를 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던가 인상에 남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죠”라며 프로젝트 후의 학생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박 교수의 강의방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례연구’다. 그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숙제를 줄 수 없다면 박 교수가 직접 준비를 한다. “사례를 통해서 발표하면 훨씬 학생들에게 흥미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는 박 교수에게서 물류에 관한 열정이 느껴졌다. 사실 이 점 또한 외국 대학교에서 ‘물류’ 관련 전공에 들어있는 커리큘럼 중 하나. 실전을 중시하는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한다.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이 한국의 대학과 또한 다른 점은 ‘발빠른 업데이트’라고 그는 정리했다. 일례로 박 교수는 ‘AS/RS’(자동창고)의 예를 꼽았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이 자동창고의 연구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를 예를 들었다. 당시 미국에서 ‘저장’에 관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미국에서 물류센터의 상품정보에 관한 정확도가 떨어졌기에 생산공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차에 자동창고가 개발되며 기업들은 흥미를 느꼈고, 정부에서는 자금대출과 세제 감면 등의 혜택으로 지원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고 망하는 회사도 많았지만 당시 곧 대학 내에 교육과정으로 채택됐다 한다. 신 기술이 바로 교과과정에 채택되는 점에 놀랐다는 박 교수.
그 외 노스이스턴 대학 등 해외 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느낀 점으로 박 교수는 ‘기부 문화’를 꼽았다. 해외에서는 대학에 물류 프로그램 또는 실습장비 등을 기업체에서 기부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리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해보려는 겁니다. 미리 대학에서 사용하다 보면 그 브랜드에 익숙해질 수 있는 거죠. 그게 자연스러이 홍보가 되기도 하는 거고 미래에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예를 들어서 기업의 구매담당자가 되었을 때 그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 고려대상에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기업의 기부는 단지 자선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물류관련 연구실에 적극적인 지원 또한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DSS프로그램도 현재는 프로토타입에 불과하지만 기업 지원금이 조성된다면 보다 빨리 실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앞으로 물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을 박 교수는 ‘장기적 전략’, ‘과학적 의사결정’, ‘표준화 및 정보화’를 꼽았다.
앞으로 물류업계에 가장 필요한 점을 박 교수는 “기업들은 자연스러이 당장의 이익을 원합니다. 학계에 대한 지원도 당장의 이익이 보장되는 부분에만 집중되죠. 이보다는 조금 멀리 내다보고 지원을 해 준다던가 인내심있게 지켜봐 줬으면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 점은 특히 물류정보화와 물류표준화에서 보이는 점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과학적 의사결정을 위해 시스템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경영자의 마인드 혁신과 적극적인 지원이겠죠”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 긴 감동
‘정부의 일관적 물류정책’
필요합니다
현재 연구실은 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3명,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원 풀타임 대학원생인 이들 4명은 각각의 현재 분야에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를 하며 국내 물류에 있어 필요하다는 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김준수 군은 “현재 이·공계 규모가 축소된다는 언론의 보도가 상당히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말로만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다소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에 걸맞는 지원이 없는데 이·공계 육성이 될까요? 저희 물류분야에도 학교던 정부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신입생인 이의형군은 “학부에서 갓 올라와서 학부의 입장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만 학부생 입장에서 봤을 때 ‘물류관리사’ 자격증이 거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물류관리사 시험 문제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는데 이건 진짜 안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류라는 분야는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냈던 문제를 또 다시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 아닐까요? 정책적으로 일관되게 지원을 흡사 공인중개사처럼 해주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금전적 면에서 보면 물류회사는 상당히 열악한 편입니다. 하지만 부산 신항만의 물류가 살아나는 점이 참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가능하다면 앞으로 제 전공인 산업공학에 경영학을 배워 두 과목을 접목해 제 고향인 부산에서 물류를 살리고 싶습니다.”(손세영)
“취직을 하기는 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한 분야를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 통합해서 물류 전반적인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이의형)
물류계는 어렵지만, 물류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은 뜨겁다. 개강 초기의 이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하며, 연구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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