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3 18:16
(워싱턴 블룸버그=연합뉴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시장으로부터의 각종상품 수입이 덩달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9월중 작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수입을 기록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제3위의 수입국 반열에 올랐다.
세계 시장을 달구는 중국의 왕성한 구매력은 원자재를 비롯해 건설장비,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메릴린치의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해 캘리포니아에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도널드 스트라차임은 "모든 사람은 미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기관차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중국도 미국 만큼의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세계경제 성장의 기관차 = 인구 13억명에 세계 6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선진국가 그룹인 G-7보다 3배 정도 빠른 연평균 8%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1조2천400억달러로, 미국(11조달러)의 10분의1,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3분의1 수준으로 커졌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스티븐 로치는 "지난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지만 세계 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이의 4배 수준인 17.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중국의 기여도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제4위 조강생산업체인 한국의 포스코와 세계 제2위 건축설비 업체인 일본의 고마쓰가 거두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중국시장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접국인 한국, 대만, 일본 등에 광대한 원자재 및 부품 시장을 제공해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 지난해에만 530억달러의 외국자본이 몰린 중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 들이는 국가로 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 보유액을 지난 3년간 550억달러 늘려 세계에서 3번째로 이 채권을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으며, 조만간 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의 무역수지 = 도널드 에번스 미 상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시장을 닫아 놓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올해 1천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 억제를 위해 관세부과를 주장하는 필 잉글리시 공화당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중국은 규칙을 지키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시장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미간 무역수지만을 놓고 보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중국과 세계시장의 교역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중국은 지난해 외국과의 교역에서 3천520억달러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3천888억달러 어치를 수출해 360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1천32억달러의 대미흑자분을 빼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과는 672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 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가 심화돼 올해 중국은 전체적으로 4천770억달러 수입에 4천950억달러 수출을 기록, 미국과는 1천210억달러의 흑자를 내겠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는 1천30억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세계시장의 큰 손 구매자 =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유럽연합(EU)의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될 전망이라고 EU가 지난달 31일 예측했다.
지난해 1천330억달러였던 양측간 교역규모는 내년 5월 1억 소비자의 동구권 10개국이 EU에 합류하면서 2010년까지 2천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또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순구매는 지난 97년 100억달러 수준에서 4년만에 동남아 총생산량의 2%인 수준인 250억달러로 확대되는 등 동남아 경제성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국제경제정책을 담당했던 라엘 브레이나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시장에 의존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중국시장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쯔이상사에서 에너지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가미야마 아키라는 "백금, 곡물, 나프타 등 중국특수와 연계된 상품은 예외없이 값이 치솟고 있다"며 중국특수 효과를 설명했다.
최근 자사 수출의 23%를 중국이 소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고 발표한 한국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중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본 최대의 제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은 전체 수출의 2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건설장비업체인 가마쓰는 지난 2.4분기중 대중국 수출증가에 힙입어 순익이 6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또 미국에서는 콩을, 아프리카에서는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호주연방은행의 데이비드 서텔 경제분석가는 "중국 경제가 시장중심으로 전환되고 수입이 늘면서 소비재 수요와 건설경기가 폭발하고 있다"며 "점차 부자나라로 변신중인 중국은 모든 종류의 상품을 빨아들이는 `물먹는 하마'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레이나드 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구매사절단을 파견키로 한 것을 상기하면서 "지난 80년대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미국상품 구매를 추진했었다"며 "여러면에서 중국은 새로운 제2의 일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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