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3 19:28
(서울=연합뉴스) 한국은 주요 대미 무역흑자국들과는 달리 최근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데도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23일 펴낸 `주요국 환율동향과 대미 무역수지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올 상반기 54억 달러(미국통계 기준)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7억 달러 감소했지만 원화환율은 2001년말 이후 최근까지 13.9%나 하락했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든 나라는 15개 대미 흑자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달러와 연동하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상반기 대미 흑자가 작년보다 각각 309억달러와 13억달러 늘었고, 2.3-35.0%까지 환율이 높아진 멕시코, 브라질, 이스라엘은 13억-100억달러까지 흑자규모가 커졌다.
필리핀의 경우 통화가 6.7% 절하됐으나 무역흑자는 오히려 5억달러 감소했다.
12개 유로화 국가군과 영국, 태국, 일본, 인도는 4.9-21.5% 자국 통화가 절상됐지만 대미 흑자가 2억-196억달러 확대된 반면 캐나다, 인도네시아,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통화절상과 대미 무역흑자 감소가 동시에 진행됐다.
무역협회는 전체적으로 볼때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원화환율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국내 경기상황 및 엔화환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8년부터 97년 사이 달러당 환율은 731원에서 949원으로 29.7% 상승해 연평균 2.6%의 변동률을 보였으나 대미 수출은 연평균 0.1%, 대미 수입은 9.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것.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와 국내 경기 및 엔화환율과의 상관성을 보면 국내 경기가 호조를 보이거나 엔화가 약세일 경우 대미 수지가 악화(미국 쪽에서는 무역수지 개선)됐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화환율 조정보다는 한국의 경기가 회복되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 일본, 유로지역, 캐나다, 멕시코 등 5대 지역이 전체의 66-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대미 흑자순위 10위에 머물고 있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무역협회 신승관 박사는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중국 등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통화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엔화와 함께 원화도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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