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06 18:11
해운ㆍ항만ㆍ조선업계 「컨」선 대형화에 주목해야
동북아물류중심지 진입 위해 전방위적 대비 필요
“동북아물류중심지화와 컨테이너선박의 대형화” 세미나서 제기
우리나라가 동북아물류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근 해운업계의 세계적 추세인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에 대한 대비가 해운ㆍ항만ㆍ조선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일 KMI 주최로 개최된 “동북아물류중심지화와 컨테이너선박의 대형화”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임진수 박사는 같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해운의 전반적인 추세인 컨테이너선박의 대형화에서 기술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박의 설계, 대용량 엔진의 개발, 하역기술의 개발 등의 해결과 대형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항만의 수심 및 하역시설 확보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진입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운항만환경의 추세는 거대화와 대형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해운기업의 거대화 및 종합물류기업화, 선사간 전략적 제휴확대,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항만의 종합물류기지화 등이 각 해운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형선사들은 세계적인 해상 및 육상 수송망을 확충하고 창고 및 터미널 등 화물유통거점의 정비 등을 통해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경영 자체를 세계화해 국경없는 경영체제로 발전시키고 범세계적인 서비스망 확충과 경제블럭화에 대비하고 있다. 또 대형선사들 중심으로 동맹의 차원을 넘어서 M&A(인수합병)를 통해 초거대 선사를 지향하면서 비용절감, 경영 효율성 자본집중 등을 도모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추구와 그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에 따라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도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0년대에 시작된 해상운송의 컨테이너화는 70년대에 들어 컨테이너 전용선으로 건조된 풀컨테이너선이 취항하면서 본격화됐으며, 이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형화가 병행되기 시작했다. 일반화물을 개조해 60년대 출범함 제1세대 컨테이너선은 1,000TEU급이었으나 70년대 들어 컨테이너 전용선으로 건조된 2,000TEU급이 취항했다. 이후 컨테이너선 규모는 80년대 3~4,000TEU급을 거쳐 90년대에는 5~6,000TEU급으로 발전해 북미나 구주항로의 주력선대로 투입됐으며 2000년대 들어선 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현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기술수준으로도 최대 12,000TEU급 선박의 설계 및 건조가 가능하며, 하역기술의 발달과 항만시설의 물리적 뒷받침만 이뤄지면 선폭 69m, 선장 400m, 흘수 14m의 15,000TEU급 컨테이너선 개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8,000TEU급 초대형 ‘컨’선 보편화될 듯
영국 OSC(Ocean Shipping Consulting)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유럽항로에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표준선형이 현재 3,000TEU급에서 5,500~6,500TEU급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며, 2005년에 8,500TEU급이 취항하고 2010년에는 1만 2,500TEU급의 취항도 예상된다. 또 2015년엔 8,500TEU급이 일반선형으로 자리잡고 18,000TEU급도 이 항로에서 취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선사들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이나쉬핑 그룹, 하팍 로이드, 에버그린, OOCL 등의 외국적 선사들은 연속적으로 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서 컨테이너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차이나쉬핑 그룹과 캐나다의 Seaspan Container Lines는 지난 6월 8,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하고, 2005년 선박 인수와 함께 현재 주요항로에서 운항중인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단계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OOCL과 에버그린 등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연속적으로 발주하면서 2005년까지 주요항로에 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우선 배치한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올 상반기의 컨테이너선 신발주 계약실적은 7,000TEU급 이상 초대형선의 발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신조선 발주규모는 127척, 60만 TEU 규모였는데, 이중 5,000TEU급 이상 선박은 총 발주 척수 기준으로 4605%, 선박량 기준으로 75.2%를 차지하고 있으며, 7,000TEU급 이상은 선박 수 기준으로 35%, 선박량 기준으로 61%를 차지하고 있다. 또 8,000TEU급 이상은 선박 수 기준으로 19,7%, 선박량 기준으로 35.5%를 차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선 발주는 크게 증가할 전망인데, 그리스의 Costamare Shipping은 7월 중순 8,2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으며 OOCL도 7월 말에 8,063TEU급 대형컨테이너선 2척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Seaspan Container Lines사는 프랑스 CMA-CGM사와 9,000TEU급 초대형선의 건조를 구상하고 있으며, 금년 중 이 선박의 신조발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용절감측면에서 선박대형화는 대세
이렇듯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에 대해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비용의 절감 효과를 지적했다. 임 박사는 “해운이 타운송수단에 비해 가장 뛰어난 점이 가격이 저렴하고 다량의 화물을 원거리 운송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선사들이 끊임없는 운임인하 압력에 대응해 단위비용(Unit cost)을 줄이기 위해 선박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즈선급의 David Tozer와 Ocean Shipping Consultants사의 Andrew Penfold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8,800TEU급 컨테이너선이 25노트로 수송하면 6,600TEU급 선박이 운반할 때보다 12% 비용절감되며, 같은 속도로 12,500TEU 선박이 수송하면 추가적으로 9%의 비용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국 Napier대학의 Alfred J. Baird가 인용한 연구결과에선 선복을 100% 채운다고 전제할 때 6,000TEU급 선박이 4,000TEU급 파나막스보다 20%정도 경쟁력이 높으며 4,000TEU급 파나막스가 운임 1,000달러 수준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춘다고 할 때 6,000TEU급 50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조선 및 하역기술도 같이 발전해야할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Suzer와 Man B&W는 9,000마력 이상의 엔진을 개발해 추진기의 제약으로 6,000TEU급 선박의 등장은 어려울 것이란 견해를 극복했고, 일본의 IHI조선소도 대형 CRP(contra-rotating propellar:역회전프로펠러) 추진장치 개발을 완료해 단일엔진에 의한 10,000TEU급 고속컨테이너선의 설계 및 실용화에 성공, 건조수주를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8,000TEU급 9,000TEU급, 10,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설계도를 개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2,00TEU급 컨테이너선의 디자인을 개발 중인데, 9,000TEU급 컨테이너선 개발시 2개 엔진 장착문제, 대형 탱크의 연료유출 가능성 차단문제, 연료유출 차단을 위한 이중막 탱크(double skin tank)를 개발하는 문제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역작업의 경우 대형선을 처리하려면 크레인 한대가 35~40개의 생산성을 보유해야 하는데 Sovreign Maersk 정도의 규모면 크레인 6대까지 배치할 수 있으나 대다수 항만이 선박 당 크레인 6대를 할당하기는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4대 정도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인의 아웃리치도 10,000TEU급 선박의 경우 갑판 위에 21열을 싣게 될 것으로 예상돼 54~55m는 돼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환적항들은 18열까지 가능한 44~48m정도의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대형화에 따라 양현하역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또 최근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개발ㆍ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스테르담의 세레스 터미널은 ‘양현하역시스템’을 도입해 양측에 4기 크레인을 설치, 시간당 25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항만내 체류시간을 1/2로 단축했다고 주장하면서 시간당 250개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하역요금을 환불한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또 100m정도의 폭을 갖는 다리(bridge)모양의 크레인을 도크(dock)형 부두에 설치하는 디자인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양안하역이든, 다리모양 크레인이든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크레인이 선체 구조물을 지나다닐 수 없다는 점과 도크를 새로 건설해야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지정토론자로 나선 매일경제 온기운 논설위원은 “컨테이너선의 대형화ㆍ신형화 추세에 비해 항만시설은 낙후돼 있다”며 “부산항의 경우 온도크CY(부두내야적장)가 부족하며 그나마 오프도크CY마저도 도로시설이 열악해 물류운송 차량통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물연대파업과 같은 초유의 물류대란을 예방하기 위해선 연안운송을 활송화하고 현재 80%:15%:2%의 비중인 도로ㆍ철송ㆍ연안해운의 운송비율을 개선해서 도로의 비중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안운송ㆍ피더서비스 개발도 병행해야
박명섭 성균관대교수는 “동북아허브가 되려면 물류, 사람, 돈의 흐름이란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며, 대형 선사들이 항만을 선택할 때 기준이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항만 서비스도 많이 고려한다”면서 원활한 통관과 출입국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시스템의 장석 박사는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될수록 피더서비스개발도 중요도가 부각되는데, 큰 선박일 수록 주요항만에만 기항하게 되므로 허브와 지역항만을 연결하는 피더서비스 개발도 병행해야한다”며 “1,000TEU규모의 비교적 소형피더선 중심으로 고속피더선을 개발해 신속한 물류흐름을 돕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 선박이 대형화된다고 해도 하역시스템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물류시간은 그만큼 길어지는만큼 이의 개선을 위해 시간당 100개정도의 하역을 할 수 있는 크레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유석형 파이낸설뉴스 논설위원은 “동북아물류허브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하나 정부의 추진속도가 너무 느려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며 이는 “정부가 투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전개해온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91년 이후 물류비 비중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수송비 비중이 91년 6.2%에서 2001년 8.6%로 오히려 증가하는 등 악화되고 있는데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와 택배서비스의 의존도 상승 등의 일련의 물류패턴을 정부가 제대로 읽지 못해 그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성용 해양수산부 해운항만과장은 “상해항과 현재 동북아물류허브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나 환적화물 비율로 볼 때 부산항은 41%로 2%도 안되는 상해항과 비교를 할 수 없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상해항이 비록 1,000만TEU의 물동량을 취급하나 그것은 상해항 주변의 공장에서 나오는 자체화물이며 환적화물 비중은 미약하기 그지 없으며 장강의 수심도 얕으며, 부산~롱비치 거리도 상해~롱비치거리보다 430km나 짧아 지리적으로도 부산항이 상해항에 비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속화도 신중하게 검토돼야할 사안이라며 부산~하카다의 경우 45노트 이상의 고속훼리가 운항한 이후 항공노선이 철폐되는 등 충분히 가능성이 확인돼 근거리 중심으로 고속선의 도입이 활성화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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