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26 14:12
(제네바=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는 28일부터 30일까지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주요국 비공식 각료회의를 열고 제5차 WTO각료회의(멕시코 칸쿤)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막바지 입장 조율에 나선다.
9월의 칸쿤 회의에서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WTO는 제네바에서 열린 일반이사회에 이어 한국을 포함, 25개 주요 회원국 각료들이 모이는 몬트리올 '미니 각료회의'를 통해 돌파구 마련을 거듭 시도할 예정이다.
세계무역기구가 통상 휴회 기간에 해당하는 8월에 집중적으로 협상무대를 마련하는 것은 칸쿤 회의가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의 향후 진로를 알려줄 중간 이정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말부터 시작된 DDA 협상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를 포함한 무역전반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2004년말까지 완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줄곧 일련의 합의 시한을 놓쳐온 상태.
그리고 칸쿤 회의는 불과 6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9월 취임이후 60여개국의 정부 지도자, 각료를 만나는 등 온갖 공을 들인 수파차이 파닛팍티 WTO사무총장으로서는 몬트리올 회의가 모종의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간절히 기대하는 입장이다.
이번 회의는 DDA협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의견 교환과 컨센서스 모색이 이뤄질 예정. 특히 농업과 비농산물 시장접근 협상의 세부원칙(Modalities)과 칸쿤 회의 이후 본격 협상 개시 여부가 결정될 싱가포르 이슈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황두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의용 제네바 대표부 대사 등이 몬트리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마련된 협상 일정표는 칸쿤회의의 최종합의문 초안을 다음달 22일까지 마련, 26일 일반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각국 정부에 통보한다는 내용. 카를로스 페레스 델 카스티요 일반이사회 의장(우루과이)이 지난주에 기자들에게 밝힌 것이다.
이런 일정을 맞추기 위해 WTO는 오는 11일부터 다시 제네바에서 146개 회원국 대표들의 회의를 매일 개최, 협상의 가속화를 꾀할 방침이다. 협의의 주제는 수파차이 총장과 카스티요 총장이 작성한 선언문 초안.
협상의 당면 난제는 역시 농산물 분야로 누군가 먼저 (양보 조치를) 치고 나갈 것인지를 살피는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그리고 브라질, 호주를 주축으로 한 케언스 그룹은 유럽연합이 공동농업정책(CAP)에 근거한 보조금을 감축하고 농산물 수입장벽을 낮추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국내 농업의 보호를 우선하는 일본, 한국, 스위스 등은 유럽연합의 편에 서있다.
에이즈와 같은 질병 치료에 중요하되 값비싼 약품에 대한 개도국의 접근을 허용하는 문제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WTO는 개도국이 특정한 상황하에서는 값비싼 특허약품 대신 비교적 판매가가 저렴한 유전공학적 복제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세계적 제약회사들의 앞세운 미국은 지난해 12월 이를 저지한 바 있다.
경쟁 및 해외직접투자와 관련된 글로벌 기준, 조달분야의 공정성 확대, 수출입 절차의 개선 등 새로운 협상 이슈의 등장도 협상의 국면을 갈수록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다자간 협상이란 틀 자체도 문제다. 다자간 협상은 너무나 많은 국가들이 모여 온갖 문제와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근본적인 핸디캡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몬트리올 회의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집중 조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제네바 본부의 협상이 대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협상 지침을 내리는 본국 정부의 각료들이 접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몬트리올 회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결과만을 놓고 보면 기대이하의 성과에 그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제협상 전문가들은 몬트리올과 같은 회의도 다자간 협상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핸디캡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최근 FTA협정과 같은 양자 협정이 늘어나는 추세는 다자간 협상의 한계를 반증하는 사례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현재 DDA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협상 타개의 활로가 보이지 않고 있어 몬트리올 회의나 그에 뒤이은 제네바의 연쇄협상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 양측이 농산물과 같은 분야에서 막바지 절충을 통해 이견을 축소, 향후 협상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간다면 전체 협상의 복잡한 실마리가 차츰 풀려나갈지 모른다는 낙관적 관측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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