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9 18:12
사스 불구 올 중국경제성장률 7%대 유지 전망
우리경제 중국 고성장 적극 이용해야
“중국경제 1/4분기 실적과 SARS영향 및 시사점”서 밝혀
최근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어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내외경제연구소 조현준 부연구원은 “중국경제 1/4분기 실적과 SARS영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에 대한 근거로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구조와 추이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4분기 중국의 GDP가 전년동기 대비 9.9%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98년 이래 7.0~8.3% 수준이던 분기별 성장체제를 약 2.0%포인트 상회하는 예상 밖의 실적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을 수요구조로 보면 내수 기여도가 97% 이상이고 순수출의 기여도는 3% 미만인데, 올해 1/4분기에도 내수 특히 투자의 견인으로 경제성장이 크게 촉진됐다. 한편 수출과 외국인 직접투자도 각각 34%, 57%나 증가해 경제성장에 상당히 기여했다.
올해 1/4분기의 투자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무려 27.8%로서 작년 1/4분기 증가율을 8.2%포인트 상회했다. 중국의 연간 투자액의 10%이상을 점하는 FDI(외국인직접투자)도 전년동기대비 57% 폭증한 131억달러에 달해 투자증대를 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급증에 따른 공업생산 촉진으로 올 1/4분기 공업생산증가율은 작년동기 증가율보다 6.3% 높은 17.2%를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증가율은 연간 GDP 성장률이 10.5%에 달했던 1995년 이후 8년만의 최고치다. 상품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3.5% 증가한 863.2억 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 증가율을 23.6% 상회했다. 그러나 수입이 무려 52.4% 늘어난 873.4억달러에 달해 10억 3천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는데, 지난 96년 1/4분기 이래 7년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래 내수확대를 장기적 전략으로 추진해왔는데, 특히 금년에는 이라크 전쟁, 세계경제의 회복지연 등 불리한 대외경제여건을 감안해 내수확대에 더욱 치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주로 투자견인을 통해 내수확충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경제가 노동, 자본의 이중적 공급과잉으로 인해 유효수요(총수요)가 부족하고 소비촉진이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1/4분기에도 투자는 대폭 증가(27.8%)했으나 소비증가는 상대적으로 저조해 GDP성장률(9.9%)을 하회하는 9.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정부의 투자견인정책의 주요수단은 재정지출을 늘려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것인데, 1998~2002년 5년간 건설국채 발행액이 총 800억달러였고, 국채투자로 촉진된 공공투자의 경제성장 견인효과(기여도)는 연간 1.5~2.0%에 달했다. 올해도 건설국채 발행예산은 약 170억달러(1,400억위안)에 달하고 있다.
1/4분기 공업생산 증가율은 17.2%인데 기업유형으로 구분해보면, 국영기업의 증가율은 16.4%고 외자기업의 증가율은 20%에 달해 외자기업의 성장속도가 빨랐다. 90년대 이래 외자기업의 공업생산증가율은 줄곧 전체 공업생산증가율을 상회해 전체공업생산에서 외자기업의 기여도를 빠르게 상승해왔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FDI유치 증가추세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데, 최근 수년간 중국이 유치하는 FDI의 약 70%가 공업부문(제조ㆍ자원개발ㆍ에너지생산 등)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상품무역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FDI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자기업의 수출입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인데, 92년 26%→ 96년 47%→ 2000년 50%→ 2002년 53%로 높아졌고, 올해 1~2월에는 54%에 달했다. 외자기업의 수입비중은 96년 이래 54%대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수출비중은 92년 20%→96년 41%→ 2002년 54%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FDI유치증대와 외자기업의 수출입비중 상승추세 속에서, 중국의 무역상품 구조의 고도화가 촉진되고 있는데 산업내 무역이 빈번한 전자, 기계, 전동장비 등의 부품에 교역이 집중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수출에서 기계ㆍ전기전자제품의 점유비중은 94년에 26%→ 99년 39%→ 2002년 48%, 첨단기술제품의 비중은 같은 기간 8%→13%→ 21%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 1/4분기에 96년 이래 분기별 무역적자(10억달러)가 발생한 것은 석유수입가격이 상승한 데다 중국이 석유비축분을 늘린 것이 주된 원인이므로, 무역수지가 적자기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 올 1~2월 전체상품수입은 전년동기대비 57%증가했으나 원유와 정유의 수입은 각각 149%, 155% 늘어났다.
중국의 FDI유치는 작년에 전세계 FDI가 40%이상 감소한 가운데서도 12.5% 증가한 527억달러를 시현해 미국(429억달러유치)을 초과해 세계 1위에 올랐는데, 올 1/4분기 유치액은 무려 57%증가한 131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의 FDI유치에서 주목되는 새로운 변화는 국유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M&A가 급증하는 점이다. 이를 두고 중국측은 FDI유치방식이 ‘합자시대’에서 ‘M&A시대’로 전환되는 추세로 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02년 8월에 한국 삼성코닝의 보격(?格)그룹 지분 50% 인수(?格삼성의 2002년 9월 말 순자산은 16억위안), 9월 미국 Newbridge 캐피탈의 센첸발전은행 지분 15%인수(15억위안), 10월 미국 AB( Anheuser-Busch)맥주의 칭따오맥주 전환사채(1억 8,200만달러) 인수계약 체결, 2003년 1월 미국 시티은행의 바오둥발전은행 5%지분 인수(6억위안투자) 등이다.
작년 한해 -0.8%를 기록한 CPI(소비자물가지수)는 금년 1/4분기에 0.5% 상승(전년동기대비)해 2001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97년부터 나타난 디플레이션 추세가 종식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구정(春節)시기 변수와 석유수입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물가가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 1월에 CPI가 소폭(전년동월대비 0.4%) 상승한 데는 구정시기가 작년에는 2월이었으나 올해엔 1월이기 때문에 오는 구정물가 상승효과가 포함돼 있고, 2월과 3월의 물가상승(각각 0.2%, 0.9%상승)에는 이라크전쟁의 여파로 인한 에너지가격 급등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1/4분기에 원재료, 연료, 에너지 가격은 4.6% 상승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중국경제의 디플레는 근본적으로 노동, 자본의 이중적 공급과잉으로 인해 유효수요(총수요)부족→생산능력과잉→실업증가→디플레→유효수요부족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악순환 고리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이므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GDP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가 97%에 달해 중국경제의 내수견인으로 외부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므로 이라크전쟁 등 대외여건의 악화가 중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전쟁이 조기에 종전됐으므로 중국경제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스가 중국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사스는 국내투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데, 이는 국내투자가 정부주도의 공공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스가 민간의 소비, 관광, 요식업, 교통운수업, 유통업에 미칠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작년에 GDP 3.7%를 차지한 국내관광부문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분기에 57% 증가했던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차후 사스의 영향으로 투자계약이나 투자실행이 상당히 지연될 전망이고, 외국인기술자나 주재원의 철수로 인해 외자기업의 조업과 영업활동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사스가 중국경제에 미칠 충격의 정도는 사스 지속기간의 장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4월 이후 외국의 주요 증권사는 금융기관들이 발표한 예측치는 올해 중국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내외정도 하향 조정했다. 사스퇴치가 지연된다면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폭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사스 퇴치에 앞으로 3~6개월 정도 소요도리 경우 경제성장률은 0.5%~1.0%정도 둔화된 7.5~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의 현재 잠재성장률은 9.0% 이상에 달하고 노동ㆍ자본의 이중적 공급과잉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실질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실업률과 국유기업 부실문제가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해 중국정부도 실질성장률 저하의 마지노선을 7.0%수준에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사스확산으로 그 충격이 더욱 커질 경우 중국은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과 같은 긴급조치를 취해서라도 공공투자를 대규모로 늘리면서 경제성장률을 적어도 7.0%선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스로 인해 중국투자의 리스크 상승과 중국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저렴한 생산비용의 비교우위와 거대한 시장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경제의 고성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사스가 6개월 내에 퇴치된다면 내년에 중국경제는 다시 8.0%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년에 중국정부가 강력한 투자견인정책을 수행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으로 중국경제는 투자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재정적자와 국채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8~2002년에 중국의 경제성장을 수요구조로 보면 최종소비율과 총투자비율이 각각 60%, 37% 내외를 구성하는데, 투자견인정책의 영향으로 2001년과 2002년에 총투자비율은 38%, 42%로 높아졌으며 금년엔 45%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90년대 이래 세계의 평균소비율은 80% 내외인데 비해 중국의 최종소비율은 60%를 밑돌고 있어 소비율이 장기간 저조하게 되면 투자성장이 소비수요의 지지를 잃게 돼 생산능력 과잉, 기업효율하락, 실업률 상승 문제를 유발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경제는 고도성장 지속으로 이미 아ㆍ태지역의 경제성장 엔진으로 부상했으며,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對중국 경제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2년에 대만의 최대수출시장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對일본 최대수출국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각각 바뀌었고, 2001년부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2대수출시장이 됐다. 1992~2001년 중 우리나라 수출ㆍ입 증가분에 대한 중국의 비중은 각각 24.6%와 19.4%를 기록했다. 중국은 또 세계최대의 FDI유치국으로 부상하면서 동아시아국가들로부터 경제자원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對중 직접투자는 2001년까지 누계로 122억달러에 달했는데, 특히 2002년엔 26.5% 증가한 27.2억달러에 달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투자대상국이 됐다.
이처럼 한ㆍ중간 경제교류가 긴밀해진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사스피해는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사스사건을 통해 새삼 중시해야 할 것을 중국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중요성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중국으로의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세계경기의 전반적 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영향을 상쇄하고 있는데 2000~2002년에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154%에 달하고 있다. 2002년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2000년에 비해 약 98억달러 감소했으나, 對중수출은 53억달러 증가했다. 올 1/4분기 중국경제가 9.9%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고 상품수출입도 42%나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對중수출도 61%나 증가한 73.4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77.3억달러로 2.9%증가에 그쳤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대미, 대중수출비중은 각각 20.2%, 14.6%였는데, 미국경제의 회복이 지연된다면 올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수출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경제가 사스의 충격에도 불구 금년에도 7.0% 이상의 성장률을 이루면서 고도성장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결국 우리나라가 취해야할 對중 경제교류의 방향은 중국의 고도성장에서 오는 기회와 위협에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데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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