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31 17:16

한ㆍ일 조선ㆍ해운업계, ‘적과의 동침’

(서울=연합뉴스) 한ㆍ일 조선업계가 최근 상대국으로부터 번갈아 선박 수주를 따내는 등 양국 조선업계와 해운업계간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최근 일본의 NKK와 히타치 조선의 선박부문 통합법인인 유니버설 조선에 케이프급 17만6천DWT급 벌크선을 발주했다.
이 선박은 2005년 3월께 대한해운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형선박 부문에서 국내 해운업체가 현대와 대우ㆍ삼성 등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던 ‘관행’을 깨고 일본 조선소와 계약을 맺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한해운은 “납기 등 여러가지 조건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일본 업체에 발주하게됐다”고 밝혔다.
이에 뒤질세라 현대중공업이 올들어 VLCC와 탱커 등 선박 2척을 일본 선주사로부터 수주하는 등 일본 업체들도 국내 조선소들의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또 미국 가스 저장탱크 전문 기술용역회사인 에너씨(EnerSea Transport LLC), 일본 해운회사인 K-라인과 3자 공동으로 신개념 천연가스선인 CNG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일본 업체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ㆍ일 해운업체의 경우 자국 조선기술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어 굳이 외국에서 선박을 발주할 필요성을 못 느껴온데다 양국의 미묘한 경쟁 관계도 어느 정도 작용, 상대국 조선업체에 배를 발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지난 2000년-2001년 상반기 사이 국내 조선업계의 최호황에 힘입어 현대중공업의 대형 LPG선, 대우조선의 LNG선,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선 등 일본업체로부터 이례적으로 15척을 수주했으나 2001년 상반기 이후 일본과의 선박 수주 계약은 다시 뜸해졌다.
그러나 일본 조선업계의 경우 벌크선, 한국은 LNG선이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쪽으로 특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양국간 `맞수주'는 보다 활성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두자릿수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일본 선주사들로부터 수주하는 사례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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