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27 11:06
현대중공업 `다사다난'한 임오년
(서울=연합뉴스) 세계 조선업계의 `1인자' 현대중공업의 2002년 `임오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 였다.
올해는 우선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완전분리, 독립회사로 거듭난 계열분리원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28일 현대미포조선[10620],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4곳을 계열사로 거느린 소그룹으로 `환골탈태'한데 이어 지난 7월에는 2년여간 위탁경영을 해 온 삼호중공업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 투자자산에 대한 손실금 탓에 7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액 5조6천912억원, 순이익 1천293억원으로 크게 향상되는 등 부실요인과 위험부담을 털고 새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이닉스 지분 3.4%(3천400여만주) 처분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데다 하이닉스의 미국생산법인인 HSMA에 대한 구매이행 보증건 문제, 관련소송 등 후유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체로 계열분리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조선시황 악화에 따른 발주량 감소, 선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들어 수주 실적이 저조했지만 지난달 중순 스페인 유조선 침몰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발주량 증가 및 선가 상승 등의 기대감에 힘입어 연말 대규모 수주가 가속화, 목표달성도 가시권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내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몽준 의원의 행보로 계열분리성과는 적지 않게 그늘에 묻혔고 현대중공업의 남모를 속병은 계속됐다.
`기업은 기업의 일을 할 뿐'이라는 무관심 내지는 `거리감 두기'와 정 의원에 대한 애착 및 이에 따른 착잡함이 동전의 양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했다.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회장이 출마했던 92년 대선 당시의 `고통'을 반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정 의원의 대선출마와는 선을 긋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정 의원도 대선출마 공식선언과 동시에 고문직을 사퇴하고 보유지분에 대한 금융신탁을 선언, 현대중공업과 시한부 결별을 선언했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공언'에도 불구, 정 의원의 대선출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폭로한 정 의원 주가조작 배후조종설, 현중의 정 의원 선거지원설 등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져 나왔고 한때 3만7천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도 정 의원 출마선언이 이뤄진 9월 하순 1만5천700원선까지 추락한 후 한참동안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한편으로는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정 의원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내부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직원들도 입조심에 나서는 등 극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이 대선 단일후보 탈락 이후 노무현 후보에 대한 공조선언이라는 `용단'을 내리면서 현대중공업은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하는 듯 했으나 대선 하루전 갑자기 터져나온 지지철회 발언으로 또다시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지난 18일만하더라도 2만5천900원이었던 주가가 이후 하루에 1천∼2천100원씩 곤두박질치는 등 정 의원의 지지철회 후유증은 곧바로 주식시장에도 반영됐다.
특히 98년에 이뤄졌던 발전설비 빅딜의 문제점을 줄곧 제기하며 발전설비 부분의 재진출을 기대했던 현대중공업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공조파기에 따른 악영향 등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 의원의 지지철회 선언 파문이 이후 사과성명 발표를 거쳐 26일 당 대표직 사퇴로까지 이어지자 현대중공업은 공식적으로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향후 정 의원의 행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선 파동 그늘에서 벗어나 계열분리의 성과와 조선시장 호조 등을 등에 업고 내년에도 세계 조선업계 `넘버원'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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