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08 17:41

항만업계도 글로벌시대의 인식전환을

허치슨(HPH)사가 현대상선의 부산, 광양 컨테이너터미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외국유수 항만운영업체들의 국내 입성이 시작됐다. 이들 외국 유수 항만운영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선진 항만운영기법 도입이라는 전향적인 측면과 함께 국내 항만개발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외국회사에 잠식당하는 우려의 측면도 있어 해운항만업계는 이해득실과 관련해 분석작업이 한창이다.
국내항만개발에 있어 외국자본을 유치하면서 더불어 항만운영도 외국업체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는 것은 양면성이 다분히 내포돼 있기에 정부당국이나 업계에서 앞으로의 추이에 주목하고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선사, 항만운영업체, 물류업체, 학계 및 연구기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외국항만운영업체 국내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설문조사결과내용을 보면 외국항만운영업체의 국내진입에 대해 총 응답자의 59.1%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보수적인 해운항만업계의 인식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문 응답 주체별 의견에 있어 선사, 항만운영업체, 학계 및 연구기관, 언론기관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물류업체와 화주는 부정적인 의견을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항만운영업체의 국내진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는 외국 터미널운영업체와의 경쟁강화에 따른 국내업체의 서비스 경쟁력 향상과 외자유치를 통한 항만개발 촉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류의 핵심부문인 항만의 운영효율화는 동북아 물류거점지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선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였고 이러한 현안들이 외국항만운영업체들의 국내진출로 해결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 항만운영업체들의 국내진입에 의한 긍정적 효과로 국내항만의 국제화, 물동량 유치확대 그리고 중심항만 구축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 비해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측면은 외국 터미널운영업체의 진입확대에 따른 독점적 지위남용, 터미널 이용료의 상승 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외국항만운영업체들이 요율의 자율화를 꾀하면서 이윤의 극대화 추구 일환으로 항만요율 인상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외국 항만운영업체의 국내진입시 가장 적절한 지분참여 규모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최적 참여지분율을 31~49%수준으로 답하고 있어 자본참여에 대해선 매우 보수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항만업계는 우리나라 경제분야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띤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완전 면허제로 묶여 있어 국내업체가 진입하기에도 힘들었던 항만개발이나 운영부문이 외국 업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없을 수는 없다. 설문조사결과가 예상보다 그 반발의 여지가 적다는 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로는 글로벌, 국제화시대에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1세기 온라인, 오프라인을 연결해 주는 물류산업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항만분야의 경우 새로운 시대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글로벌시대에 자국산업을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보호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외국유수업체들과의 제휴와 협력이 절실한 것이다. 국내 해운항만업계도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만이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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