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5 17:12

제2의 싱가포르를 꿈꾸는 탄정 펠레파스항

(말레이시아.상하이=연합뉴스)이영희기자= 세계 1,2위의 컨테이너항인 홍콩과 싱가포르항은 요즘 말레이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들의 급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작년에 홍콩항은 19%,싱가포르항은 8%나 컨테이너 물량이 줄어든 반면 말레이시아의 탄정 펠레파스(Tanjung Pelepas)항과 상하이항은 20%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싱가포르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말레이시아는 지난 99년 하반기 말라카해협 입구에 탄정 펠레파스항을 완공한 뒤 세계 1위의 선사인 머스크시랜드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20피트기준 연간 45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6개 선석을 갖춘 이 항만은 2000년 6월에 머스크시랜드가 싱가포르항에서 이 곳으로 기항지를 옮기면서 작년 처리물량(205만개)이 2000년(41만8천218개)의 5배로 껑충 뛰었다.
90년대 후반들어 본격 항만개발에 뛰어든 말레이시아는 탄정 펠레파스항의 대규모 배후지를 프리존(자유무역지대)으로 지정,부두내에 세관과 검역소 등 관련정부기관들을 입주시켜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부두 설계부터 건설,운영에 이르는 전과정을 민간에 맡김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싼 토지와 임금을 내세워 싱가포르항을 이용하던 머스크시랜드사를 유치한데 이어 에버그린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유치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와 중국을 잇는 철도가 완공됨으로써 탄정 펠레파스항은 물류여건면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게된데다 싱가포르항이 높은 하역료를 고수함으로써 대형 선사들을 더 많이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TP의 CEO인 모하마드 사디크 사이크 오스만씨는 "작년에 우리항에서 처리한 물량의 91%가 환적화물이라며 싱가포르보다 훨씬 저렴한 하역비와 물류비, 높은 하역효율을 자랑하는 만큼 올해 300만개 처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탄정 펠레파스항 배후에 들어선 1천에이커(약 120만평)의 프리존(Free Zone.자유무역지대)은 PTP가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는데 현재 150에이커가 개발돼 켄우드로지스틱스와 머스크 로지스틱스,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기업의 물류센터가 입주해 있으며 수요에 따라 추가개발할 계획이다.
입주업체들은 PTP에 단 한번 신고하는 것으로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모두 대신하는 신속함을 자랑한다. `신속한 물류가 바로 경쟁력'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탄정펠레파스항은 2단계로 2002~2004년에 6개 선석, 2005~1011년에 15개 선석을 추가로 개발해 연간 1천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거점항만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어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거점항만이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하이(上海)항 역시 95년에 20위권에 머물렀으나 경제성장에 힘입어 2000년에 6위로 올라선데 이어 작년에는 20피트기준 63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로테르담항(620만개)마저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상하이항은 1991년이후 연평균 30%가 넘는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항은 현재 70개의 1만t급 이상 선석과 6개 컨테이너 전용부두(16개 선석)을 확보하고 있고 머스크시랜드와 P&0 등 세계 10대 선사 중 6개 선사가 운영본부를 두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교역량이 더욱 늘어나 기존 시설로는 물동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하이항은 대대적인 확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심이 깊은 다샤오양산다오(大小洋山島)에 오는 2010년까지 100선석 규모의 신항만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부산신항만(30개 선석)의 2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인데 올해 육지와 다사요양산다오를 연결하는 총길이 23㎞의 다리와 5개 선석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향후 5년간 상하이를 기점으로 하는 4개의 동서철도와 4개의 남북철도를 건설해 미국처럼 전국토를 철도를 통해 항만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 중국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은 모든 토지가 국가소유인데다 일단 방침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10년 걸릴 것을 중국은 그 절반이면 해낸다"고 말했다.
상하이시정부는 올 10월께 컨테이너부두간을 연결하는 외곽순환도로와 하저터널을 완공해 부두간 운송거리를 현재의 5분의 1로 단축하는 등 물류비 절감을 위한 인프라구축에도 열심이다.
상하이항은 올해 70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오는 2005년 신항만 일부(6개선석)를 개장해 1천만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처리한다는 목표다.
중국경제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홍콩항과 부산.광양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한진해운 중국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하이항만국의 최고 책임자를 북경정부에서 파견했으나 최근에는 상하이출신이 임명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중앙정부는 상하이항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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