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 17:39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1월 수출 감소율이 오랜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수출 회복의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출부진의 `주범'이었던 D램과 컴퓨터가 오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고 경기가 조기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수출에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엔저의 영향이 보통 6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과 철강을 비롯한 주요산업의 통상마찰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주요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회복을 예단키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 감소율 한자릿수= 수출은 지난해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작년 6월 15.2% 감소로 두자릿수 시대에 접어든 다음에는 20% 안팎의 감소율이 12월까지 이어졌다.
새해들어 8.9% 감소에 그치며 한자릿수로 감소폭이 줄어든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지만 지난 1월은 설 연휴가 있었던 지난해 1월과는 달리 통관일수가 3일 많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자릿수가 결코 `희소식'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수출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날 수출액이 작년 1월에는 11억달러가 나간 반면 올해는 9억달러에 그친 것도 아직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D램.LCD 단가 상승= D램의 수출단가는 128메가 기준으로 작년 10월에 개당 1.15달러에 불과했지만 12월에 1.87달러, 1월에는 무려 3.25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작년 1월에 비해 38.7% 감소한 것은 외국에서 수입한 뒤 패키징작업을 거쳐 수출하는 조립분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수출이 3.0% 증가한 것은 컴퓨터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의 단가가 15인치 기준으로 1월에 개당 235달러까지 상승한데 힘입은 것이다. 자동차는 28% 가량 증가한 11억달러, 무선통신기는 25% 정도 늘어난 8억8천만달러를 기록하면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선박은 50% 감소한 5억7천만달러에 그쳤지만 선주의 인도연기요청이 원인인 만큼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며 통상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철강은 14.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엔저 영향 나타났나= 20일까지의 수치를 보면 엔저영향을 가장 빨리 받는 일본에 대한 수출이 4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요시장 감소율 가운데 가장 컸다.
그러나 엔저현상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데다 월말 수출이 빠진 수치인 만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수출당국의 설명이다.
같은기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ASEAN 시장에서는 24.5% 감소했고 유럽연합이 29.8%, 미국 27.8% 등의 감소율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서는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복 속단 어렵다= 수출환경에 긍정적인 점은 D램과 LCD의 가격 회복을 들수 있고 유가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20달러 밑에서 안정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미국의 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대미 수출환경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경우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엔저현상의 영향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장에서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2분기 회복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대테러 전쟁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데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경우 급속도로 무역환경이 악화될 수 있는 점도 수출당국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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