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28 09:11
(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엔저의 파고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엔화의 가파른 약세는 국내경제에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엔화약세는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KOTRA는 이미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동 등 일부 시장에서 우리 수출경쟁력이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중국, 일본과 실무접촉을 계속하며 공동대응에 나설 움직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27일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수출이 여전히 감소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엔화약세는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됐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원화가치가 함께 하락하는 동조화현상도 많이 완화돼 엔화약세로 인한 국내기업의 충격은 종전보다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결과 엔화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원화환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수출은 1년동안 누적치로 총 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LG경제연구원은 원.엔환율이 5%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내수출은 3개월 후 0.82%, 6개월 후 0.71%, 1년 후 0.57% 감소하고 수입은 3개월 후 2.27%, 6개월 후 1.58%, 1년 후 1.75%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올 한해 원.엔 환율이 100엔당 1천원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무역수지가 연간 28억달러 가량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은 시장자율에 맡기되 투기적인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상품과의 가격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진 국내 수출업자들의 사정은 다급하다.
KOTRA는 "엔화 결제의 비중이 큰 일본시장에 대한 수출은 채산성이 악화돼 수출포기 업체가 속출할 전망"이라며 "선진국시장에서도 달러당 140엔대를 돌파하면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경제가 엔저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수출이 되살아나지 못하고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도 증가하기 어려워 경제전체가 다시 침체에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함께 엔화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아시아 각국의 환율을 동반 상승시켜 외환시장의 불안을 가속시키는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최근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아시아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급격한 엔저를 고집할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와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KIEP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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