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09 10:27
부산 감천항 출입국 관리 허술...총기반입 등 무방비
(부산=연합뉴스) 신정훈기자 = 러시아 선원이 부산 감천항을 통해 총기를 밀반입해 외국인 상가에서 총기를 발사하며 난동까지 부려 감천항의 허술한 출입국 관리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러시아 등 외국인 선원들의 부산항을 통한 총기 밀반입 사건은 지난 90년대들어 선박수리차 부산항을 찾는 외국선박들이 늘면서 가끔씩 적발돼왔다.
그러나 이번 총기반입사건은 미 테러사건과 관련해 보안 및 치안관련 기관들이 앞다투어 국내 항만과 공항에 대한 보안을 강화한 가운데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부산지방경찰청에 총기밀반입 및 총기난동 혐의로 긴급체포된 러시아 선원푸시카 빅토르(29)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께 미국에서 구입한 문제의 공기권총을 상의 왼쪽 호주머니에 꼽은 채 부산 감천항 중앙부두 검색대를 그대로 통과했다"고 자백했다.
총기를 소지한 외국인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않고, 제집 드나들듯 했다는 것은 부산항의 출입국 관리체계가 한마디로 엉망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지난 93년 당시 부산지방해운항만청은 감천항을 통한 총기 및 마약밀반입 사건이 잇따르자 보안철책을 설치하고, 민간수리조선소에 초소를 설치하는 등 감천항의 보안시설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이도 무용지물이 돼 지난 96년 러시아선원 2명이 소음기까지 부착할 수 있는 저격용 권총을 들여와 내국인에게 판매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계속 말썽이 빚어지자 이번엔 당시 부산.경남지역본부세관이 나서 감천항 중앙부두초소에만 있는 X선 투시기를 모든 초소에 설치하고, 민간부두에도 보안등과 폐쇄회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감천항을 통한 각종 사건이 이어졌으며 지난 98년께 국정원.해군.세관.항만청 등 22개 기관으로 구성된 항만보안협의회가 감천항 관리를 민간인 부두관리협회에 위탁함으로써 감천항을 둘러싼 말썽은 더욱 잦아졌고, 결국 이번 공기권총사건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감천항의 13개 부두엔 20개 초소가 있지만 청경 40여명과 공익근무요원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3교대 근무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부두 합동경비초소 8곳에만 청경을 배치해 경비업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각 초소마다 수시로 드나드는 차량과 외국인들에 대한 검색은 그야말로 형식에 그치는 등 거의 무방비상태이다.
청경들이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지니고 있지만, 조금 낯이 익은 차량이나 외국인들은 그냥 통과할 정도다.
감천항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감천출장소가 있지만 부두경비를 민간에 위탁했다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고, 세관도 가끔씩 순찰만 할뿐 관심밖이다.
부산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와 폭력계가 외국인 선원들의 총기반입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조직폭력배들의 손에 총기가 들어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폭력조직의 총기류 소지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항만이라는 도시의 특수성때문에 외국인 선원들의 출입이 잦을 수 밖에 없지만, 부산항이 총기.마약.밀입국 등 국제 및 국내 범죄조직의 온상이 되는 것은 막아야한다"며 "미 테러사건이후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감천항 등 부산항 일원에 대한 보안을 더욱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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