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9 09:05

홍해사태·러제재로 中-유럽 블록트레인 적체 우려

상반기中 오봉역서 중앙亞 가는 복합운송 시범사업 개시


“TCR(중국횡단철도)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확보하려면 사전 정보 공유와 국가 차원의 통합 협의체 개설, CRCT·KTZ익스프레스의 지원이 필요하다” 

서중물류의 유라시아 철도본부 신동민 이사는 지난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국 철도 물류 활성화 방안을 위한 포럼’에서 롄윈강 항만의 발차 대기 기간이 다음 달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홍해 사태 장기화에 따라 해상 운송이 원활하지 못한 데 더해, 지난 3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터미널과 블록트레인(전세열차) 운용사에 제재가 가해지면서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물량이 TCR의 시발점인 롄윈강으로 몰릴 거란 관측이다.

중국철도컨테이너운수(CRCT)와 롄윈강(연운항)항무국이 주최·주관하고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인 서중물류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철도운송 관계자와 화주 기업이 참석해 최근 대체 운송 경로로 급부상한 TCR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신동민 이사는 “(TCR 시발점인) 롄윈강의 정체는 국제 정세에 대한 분석과 블록트레인에 대한 정보 부재로 발생했다”고 평가하면서 국가 차원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롄윈강은 지속적으로 발차 대기 시간이 문제가 됐다. 신 이사에 따르면 최근엔 10~14일까지 단축됐지만, 보스토치니 제재가 4월부터 시작돼 5월부터는 다시 20~30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중물류 유라시아 철도본부 신동민 이사


 
화주 대표로 참석한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모터스 측도 TCR의 정시성을 지적했다. 아스타나모터스는 카자흐스탄에서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차량 수출입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8만1400여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했다.

데니스 콜로마츠키 전무이사는 “지난 기간 중국을 경유하는 루트를 이용할 때 여러 문제를 겪은 바 있어 지난해 92%의 물량이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이용했다”며 “공장이 지속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정기적이고 속도감 있는 운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CRCT 천민(陳敏) 사장은 “정시 정각에 운행하는 블록트레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상에서 예약과 모든 운송 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한 CRCT 산하 국제물류운송사인 CRIMT의 캉잉펑(康穎豐) 부사장은 “현재 정보화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화물 도착과 발차 구성을 최적화하고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철도그룹 산하 국영 컨테이너 운송 기업인 CRCT는 전 중국에 걸쳐 13개 메인 허브 컨테이너 중심역을 운영한다. 지난해 중국과 유럽을 오간 블록트레인은 1만7000회, 컨테이너 수량으로는 180만TEU를 넘겼으며 중앙아시아로는 블록트레인 5800회, 6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보냈다. 천민 사장은 “머지않아 안정된 스케줄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관련 국가와 기관의 협력으로 효율성과 품질을 제고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천 사장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0월 일대일로 유럽 블록트레인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CRCT 천민 사장(왼쪽)과 아스타나모터스 데니스 콜로마츠키 전무이사

이날 행사에서 핵심으로 꼽힌 롄윈강은 TCR의 시작점이자 한국에서 중국을 연계하는 가장 큰 교두보 역할을 한다. 롄윈강을 중심으로 5개 주요 수출 국경에서 중국 내륙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러시아 유럽 터키 등으로 향하는 6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롄윈강에서 806편의 국제 블록트레인이 편성됐다.

롄윈강항무국 양룽(楊龍)사장은 “상하이항과 장시 주요 항구를 연계하는 운송회사에 보조금이나 피더노선을 확보해 한국 고객에게 여러 경로를 제공할 것”이라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양 사장은 “환적 화물열차의 조직 수준을 개선하고 수출화물과 환적화물을 혼적하는 등 블록트레인 편성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면서 “육상과 해상을 합한 복합운송 통관 서비스 모델을 설계·도입해서 효율성을 향상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TCR 환적 문제 넘으려면 국가차원 정보공유 필요

이날 행사에서 두 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아스타나모터스, CRCT, 롄윈강항무국, 서중물류 4곳과 ADM(우즈베키스탄 화주기업), CRCT, 롄윈강항무국, 서중물류 4곳은 공동 발전을 목표로 노력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아스타나모터스와 ADM은 최대한 많은 물량을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데 각각 협조하고, CRCT는 컨테이너 운송에 최선을 다하며, 롄윈강항무국은 물량이 지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TCR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마련한 토론 자리에선 국가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토론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해외사업단 하오근 차장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정준 선임연구원이 참여했으며, 중국 측 CRCT 캉잉펑 부사장과 롄윈강항무국 양룽 사장, 카자흐스탄 KTZ익스프레스(국영철도 자회사) 아이벡 카파르 부사장, 경향신문의 박병률 콘텐츠랩부문장이 함께했다. 한국교통대학교 진장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박정준 연구원은 TCR 운송의 걸림돌로 환적의 어려움을 꼽으며, 일종의 위기 대응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철도 궤도의 폭이 러시아·중앙아시아와 달라 TCR를 이용하면 환적 문제가 생긴다”면서 “다만 (러시아 제재로) 당장 보스토치니항을 이용할 수 없어 결국은 물동량이 중국 롄윈강을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해결 방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TSR처럼 철도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운영할 것 ▲국가 차원의 철도 정보 공유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물류 회사, 철도 회사, 항만 관계자를 연계할 것 등이다.

 
▲토론에 참여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정준 선임연구원(왼쪽)과 CRIMT 캉잉펑 부사장


 
이날 코레일은 올해 6월을 목표로 오봉역 원스톱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양숙 한국철도공사 물류사업본부장은 “오는 상반기 중 코레일이 참여해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철도회사와 함께 롄윈강을 통해 7000km에 달하는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더불어 하오근 차장은 “TCR는 TSR보다 거리, 시간, 운임 상 우수성을 가진다”면서 “국가 간 협력으로 안정적인 TCR 서비스를 확보해 우리나라 물류 기업들이 편히 이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6월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복합운송협정에 가입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화물을 한국의 오봉역에서 부산으로 철도 운송, 부산항에서 롄윈강항으로 해상 운송,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까지 다시 철도 운송하는 복합화물 시범사업을 벌인다. 이 사업에는 CRCT와 CRIMT, 서중물류를 포함한 4개 한국 물류기업이 참여한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국경 적체가 얼마나 해소됐느냐”는 질문에 중국 CRIMT 캉잉펑 부사장은 “중국의 각계 환적 포트를 완전히 개방해 최근 6개월 넘게 지체 없이 운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캉 부사장은 “TCR는 정보 제공이 부정확하고 운송 시간이 불규칙하다는 문제가 있으나 이를 개선하고자 한국 코레일 측과 함께 오는 6월 블록트레인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면서 “현재 전문부서 1곳을 배치해 정보 교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어느 지역에서 선적되더라도 바로 운송 가능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제출 서류를 미리 준비해 신속히 넘어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운송 기간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즉각 한국 측에 알리고, 문제를 사전 예측해 운행 루트를 바꿔 조치하겠다”고 계획을 알렸다.

이 사업과 관련해 캉잉펑은 “이번 오봉에서 출발하는 시범 블록트레인은 국경 통관, 수송 등에서 문제를 확인해보고 수정하고 개선점을 찾는 게 목표”라면서 “서울에서부터 타슈켄트까지 12일로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면 장기간 운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종적으로 중국 한국 중앙아시아 철도를 연계해 고품질 정기 블록트레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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