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3년 도입할 예정인 국제해운분야 배출권거래제도(EU ETS)의 비용 부담을 놓고 선주와 선박 운항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가 지난 7월 제시한 규제안은 기본적으로 선주를 책임 주체로 규정했다. 다만 계약으로 운항사도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갈등이 촉발하는 모습이다.
유럽선주협회 필리포스 필리스(Philippos Philis) 부회장은 최근 열린 해운포럼에서 EU 배출권거래제도(ETS) 비용 부담은 “최적항로와 속력을 선택할 수 있는 운항선사가 책임져야 하는 점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필리스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해운사는 계약상 선박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 직접 책임을 지는 사업자에게 지침 준수 비용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업자는 통상적으로 선박의 연료, 항로, 속력의 선택을 책임진다”는 EC 규제안 서문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해상수송에서 선박 운항사가 연료나 항로 속력을 선택한다. 정기용선 계약은 선주가 아닌 용선자가 운항사 역할을 한다.
필리스는 “선주는 선박을 대선할 때 탄소 비용에 따라 계약을 변동시킬 수 없는 데다 중소회사는 탄소 배출권 거래의 전담부서나 인원을 갖출 여력이 안 된다”며 배출권 거래제 비용을 1년간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
국제해운회의소(ICS)의 가이 플래튼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저감 비용은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주와 운항사가 연료 비용을 공급망 전체에 전가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발트국제해운협의회(BIMCO)의 라스 로버트 페더센 부사무총장도 “시장 일반적인 운임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산출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해운업계 누구도 단독으로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비용 전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용선자가 부담하되 향후 사회 전체가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C 교통부 마그다 콥친스카 사무총장은 “EU ETS는 해운뿐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하고 탄소 배출 비용은 모든 분야 공통”이라며 “해운으로 한정한 ETS는 카본 프라이스가 더욱 높아진다”며, ETS 시장 일체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콥친스카는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전 세계적인 경제적 조치(MBM)가 시행되면 EU 차원의 지역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필리스 주장에 “IMO에서 글로벌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EU ETS의 시스템상 이중 징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신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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