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선시장 점유율이 더욱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선사들의 점유율은 대형선 도입에 힘입어 90%대에 진입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 변화 속에서, HMM(옛 현대상선)은 연초 대비 선대를 가장 활발히 확장한 반면, PIL은 축소를 단행해 대조를 보였다.
HMM, 초대형컨선 12척 뱃고동…세계 8위 우뚝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도입에 따른 HMM의 선복량 확대에 선사들의 순위 변동이 잇따랐다. 상위 7개 선사는 연초와 비교해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지만, 8~10위와 12위 자리에선 변동이 생겼다.
특히 HMM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중에서 선복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선사는 < HMM알헤시라스 >호를 시작으로 약 5개월 동안 1~2주 간격으로 대우조선해양(7척)과 삼성중공업(5척)에서 2만4000TEU급 12척을 인도받았다. 2만4000TEU급 12척을 선단에 편입시킨 결과, 연초 40만TEU 수준이던 선복량은 70만TEU 이상으로 확대됐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0월13일 현재 HMM은 초대형선 투입 효과에 힘입어 선대 순위가 10위에서 8위로 두 계단 올라섰으며, 점유율도 연초 1.7% 대비 1.3%포인트(p) 상승한 3%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내년 상반기에 모두 인도받으면 선복량은 약 85만TEU에 이르게 된다. 국적선사는 2022년까지 100만TEU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M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선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항 선대를 축소한 싱가포르 PIL이었다. PIL의 선복량은 연초 39만2400TEU 대비 24% 줄어든 29만8100TEU로 집계됐다. 이 선사는 올 들어 태평양항로에 투입했던 1만2000TEU급 선박 6척을 대만선사 완하이라인, 캐나다홍콩 선주 시스팬에 총 6500억원에 받고 2척 4척씩 나눠 매각했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00TEU급 선박 3척을 우리나라 동진상선 고려해운에 나눠 매각했다. 잇따른 선대 매각에 점유율은 1.3%로 연초 1.7% 대비 0.4%p 하락했다. 연초 9위에 머물던 PIL은 선복량이 10만TEU 가까이 줄어든 까닭에 HMM 짐라인 완하이라인에 추월당하며 톱 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만 완하이라인, 톱 10 이름 올려
나머지 선사들의 선복량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HMM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선대를 확장한 프랑스 선사 CMA CGM은 288만4800TEU로 연초 270만TEU에서 20만TEU 가량 선복량을 늘렸으며, 300만TEU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완하이라인은 올해 1월 대비 6.7% 늘어난 31만1900TEU로 PIL과 짐라인을 밀어내고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흥아해운 컨테이너 사업부 인수로 몸집을 늘린 장금상선은 연초 대비 42% 증가한 8만6000TEU의 선복량을 기록, 순위가 세 계단 올랐다. 발주잔량이 3만TEU를 웃돌고 있어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톱 20 진입도 유력해 보인다.
고려해운은 0.8% 상승한 14만9000TEU의 선복량을 기록, 15위에 자리했으며, SM상선은 23.5% 줄어든 5만6500TEU로 순위가 연초 대비 여섯 계단 떨어졌다. 남성해운은 선복량이 8.6% 증가하며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으며, 천경해운은 연초와 동일한 57위를 유지했다. 이 밖에 팬오션은 49.4% 폭증한 선복량을 기록, 순위가 크게 상승했으며 지난달 1000TEU급 신조선을 도입한 동진상선은 8700TEU로 톱 100 진입에 성공했다.
톱 20에서 연초와 비교해 선복량이 줄어든 선사는 8곳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머스크는 연초 대비 1.7% 감소한 411만9400TEU의 선복량을 기록했으며, 점유율도 0.6%p 하락한 17.1%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선대를 늘린 머스크는 올해 신조선 도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머스크는 2020년 상반기까지 컨테이너선 발주와 항만 투자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발주잔량은 3만1400TEU에 불과하다. 선대 확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규모 초대형선 도입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하파크로이트와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의 선복량도 동반 후퇴했다. 하파크로이트는 1.5% 줄어든 170만6600TEU를,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1.5% 감소한 155만8800TEU의 선복량을 각각 기록했다. 이 밖에 양밍해운은 연초 대비 3.6% 줄어든 62만3300TEU로 집계됐다.
오션 발주잔량 100만TEU 웃돌아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확산)에도 선사들은 몸집은 더욱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80%대였던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 점유율은 최근 90%대에 진입했다.
20대 선사들의 선복량은 연초 2118만1000TEU 대비 2.4% 증가한 2169만2200TEU를 기록했으며, 점유율은 0.5%p 상승한 90.1%를 기록했다. 전 세계 선복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7대 선사들의 선복량은 연초 1818만4000TEU 대비 1.1% 증가한 1839만2000TEU를 기록했다. 다만 점유율은 77%에서 76.4%로 0.6%p 하락했다.
발주잔량이 가장 많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는 대만 에버그린이었다. 에버그린은 50만TEU를 웃도는 신조선을 향후 인도받으면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 발주잔량이 전무한 하파크로이트 ONE을 밀어내고 세계 5위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위 코스코도 11만5000TEU의 발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CMA CGM이 약 41만3700TEU를 기록하고 있어 3위를 지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얼라이언스들의 선복량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코스코 CMA CGM 에버그린이 속한 오션얼라이언스가 100만TEU 이상의 발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션얼라이언스가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머스크 MSC가 결성한 2M의 선복량을 뛰어넘게 된다. 세 선사가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총 선복량은 719만1000TEU에서 820만TEU로 14% 늘어난다. 2M의 현재 선복량은 795만6400TEU로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아도 오션에 못 미치는 810만7900TEU를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 HMM을 비롯해 ONE 하파크로이트 양밍해운 4곳으로 구성된 컨테이너선 제휴그룹인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은 2M과 오션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디얼라이언스의 현재 선복량은 459만8200TEU로 향후 신조선을 인도받으면 491만9700TEU로 7% 확대되지만 여전히 800만TEU대인 2M 오션에 300만TEU가량 적은 수준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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