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조선시장에서 4차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자율운항선박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선사 NYK가 세계 최초로 시험운항에 성공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율운항선박은 선박 운용비용과 충돌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도입에 앞서 해운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통신 연결 문제와 안전관리 등 신뢰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플랜트조선 컨퍼런스’에서 한국선급 장화섭 수석연구원(
사진)은 주제발표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기술 동향과 핵심기술을 조명했다.
자율운항선박시장 2025년까지 폭풍 성장
자율운항선박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자율운항선박이란 선박에 IoT(사물인터넷)와 플랫폼, 제어기술 등을 융합해 선원이 수행하던 역할을 시스템이 대체함으로써 최소 인력만으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이다.
외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약 12.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자율운항선박시장이 567억5000만달러(약 67조원)에서 2025년 1550억1000만달러(약 183조6600억원)로 173% 폭증할 거란 분석이다.
전망이 밝다보니 기업들은 자율운항선박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르웨이독일선급(DNV GL)은 2013년부터 진행 중인 리볼트(REVOLT) 프로젝트를 통해 100TEU급 무인 컨테이너선 취항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노르웨이 미네랄 비료기업 야라는 선박기술기업 콩스베르그, DNV GL과 함께 120TEU급 자율운항 컨테이너선 <야라버클랜드>호 프로젝트를 진행, 올해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신기술 도입 행보도 눈길을 끈다. 덴마크 머스크는 실시간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항로 최적화 기술과 컨테이너 화물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추적 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은 실시간으로 컨테이너의 온·습도와 진동, 세관통과 상태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정보공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상선은 컨테이너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구축한 데 이어 실시간 모니터링과 출입통제까지 가능한 컨테이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SK해운은 선박 운항컨디션과 안전정보, 스케줄 등의 데이터를 공유 분석하는 플랫폼 도입을 진행 중이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선점에 나선 각국의 치열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선박의 원격운항에 성공한 영국은 올해 무인선박의 연안 운항을, 노르웨이는 2020년부터 자율운항선박의 상업적 이용을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민관합동으로 2025년까지 자율운항선박 250척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16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 3레벨 수준의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한다. IMO는 자율운항선박을 다양한 수준으로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선박으로 정의하는 한편 자율화 등급을 ▲선원 의사결정 지원(1레벨) ▲선원 승선 원격제어(2레벨) ▲선원 미승선(최소인원) 원격제어와 기관 자동화(3레벨) ▲완전무인 자율운항(4레벨)으로 규정했다.
장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도 플랫폼을 개발했고, 정부에서도 중요성을 인지해 최근 자율운항선박기술사업을 공고했다. 5년 후엔 우리나라도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들 자율운항선박 도입 꺼릴 수 있어”
자율운항선박의 전망은 밝지만 상용화엔 아직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장 연구원은 가장 먼저 풀어야할 숙제로 통신 문제를 꼽았다. 육상에서는 5세대(5G) 통신이 구현되고 있지만 해상에선 초고속무선통신(LTE) 조차도 원활한 제공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 연구원은 “통신이 끊임없이 원활히 제공되는 건 물론 고장 시 얼마나 빨리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기술이 구현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과 안전 문제 등으로 새로운 기술 적용을 꺼리는 선주들의 반응도 살펴봐야 한다. 장 연구원은 새로운 장비가 선박에 적용되는 걸 선호하지 않는 선주들도 있어 문제가 없게끔 신뢰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원양항로 취항 시 언제 선박이 고장이 날지 예측할 수 있는 주 기관 진동(Condition Based Maintenance, CBM) 기술 도입도 제안했다. 사고 발생 시 책임전가 대상을 어디에 둘지도 관심사다.
장 연구원은 “선사, 조선소, 선장 등등 어디에 책임을 전가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선박 운항 중에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운항하다보니 각국 항만과 합의와 규정이 미리 지켜져야 한다고 장 연구원은 주장했다.
자율운항선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완전 무인선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운항이 가능하지만 아직 상용화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 연구원은 “아직 완전 무인선박 상용화는 먼 미래이며 현재는 자율운항선박까지만 논의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IMO가 정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자율운항선박 추진사업은 2~3레벨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레벨 2~3은 최소 인원의 선원이 승선해 시스템 고장 시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무인선박인 레벨 4에 비해 한 단계 낮다.
글로벌 기업들 스마트조선소 추진 박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경쟁 국가들의 스마트 조선소 추진 사례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서용석 조선해양PD는 주제발표를 통해 조선해양산업의 ICT 산업 현황과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서 PD에 따르면 일본 쓰네이시조선은 가상현실 시스템을 사용한 도장테스트를, 미쓰비시중공업은 용접로봇 시스템을 각각 적용하며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스마트 야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난퉁코스코가와사키조선(NACKS)이 로봇 선박 공정을,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는 지능형 무인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도 독일 메이어베르프트조선소가 작업자·곡직작업·선행의장 작업장·도면·도장 작업장이 없는 ‘5無 생산체제’에 나서며 스마트 야드 구현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조선사들도 현재 육상에서 실시간 선박의 항해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 위험·충돌 회피 등 IT 기반의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모니터링, 연료소비량 최적화, 선박설비관리 솔루션, 네트워크 통합 시스템 등이 가능하며, 현대중공업은 선박 분석과 제어, 주변 선박운항정보, 항해 계획, 기상 상황 분석, 연비·배출가스 등 조절기능 부여 등의 스마트 선박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은 환경친화적 기술에 기반한 에너지 효율관리 시스템, 신뢰성 운항제어 솔루션 등 선박 자동화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PD는 ▲스마트 선박 공통플랫폼 개발 ▲공통플랫폼에 기반한 핵심기자재 개발 ▲실환경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상태 진단 및 유지·보수 컨설팅 ▲최적운항 및 안전운항 솔루션 제공 ▲HSE(보건·안전·환경)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등을 향후 개발 방향으로 꼽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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