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호주항로는 공급 과잉과 비수기 여파로 상반기 바닥운임을 형성하다 하반기 선사들의 공격적인 항로 구조조정에 힘입어 수요 부진을 뚫고 급반등했다.
이 항로는 심각한 약세로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상선 에버그린 APL이 4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앞세워 중국-호주 노선 A1X를 개설한 여파로 공급 초과 현상이 심화되면서 운임도 급전직하했다. 거기다 중국 춘절 연휴 후유증으로 발생한 물동량 공백 사태도 선사들의 시름을 키웠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550달러대로 시작한 호주항로 운임은 2월 말 400달러대로 하락한 데 이어 3월 들어 300달러대까지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급기야 4월 말엔 2015년 이후 4년 만에 300달러 선이 붕괴되고 말았다.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APL 에버그린 양밍 현대상선 등으로 구성된 NEAX 컨소시엄이 2월과 5월 잇달아 임시결항을 단행하는 등 시황 방어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운임은 이후에도 시나브로 하락해 6월 중순 249달러까지 추락했다. 호주항로 운임이 240달러대를 기록한 건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운임지수를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수요 부진에 더해 아시아호주협의협정(AADA) 같은 운임동맹이 해체되면서 선사들의 운임 협상력이 급격히 약화된 게 사상 초유의 저운임이 출현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운임이 바닥 없는 자유낙하를 거듭하자 선사들은 대대적인 공급 조절에 나섰다. 상반기 OOCL 코스코 ANL로 이뤄진 A3 컨소시엄은 중국을 연결하는 A3C 노선의 선박 6척 중 3척을 8000TEU급에서 5000TEU급으로 교체했고 함부르크수드 MSC 머스크라인은 중국노선 ASL을 중단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잇따른 공급 축소에 맞춰 수요도 함께 살아나면서 시황은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8월 이후 주요 취항선사의 화물적재율은 90%대를 넘어 만선까지 도달했다.
모처럼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해상운임은 7월 들어 400달러대에 재진입했고 8월엔 500달러대로 올라섰다. 때를 같이 해 선사들이 대대적인 운임인상에 나서면서 9월 말 900달러대로 치솟은 데 이어 드디어 10월엔 1000달러대를 돌파했다. 호주항로 운임이 네 자릿수를 기록한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에버그린 선박에 실렸던 위험물의 누수로 이 선사가 소속된 NEAX가 9월 두 항차를 쉰 것도 시황 회복에 한몫했다.
APL이 11월21일 NEAX의 계약 종료에 맞춰 한국-호주항로에서 철수한 것도 시황에 영향을 줬다. 이 선사 서비스는 같은 CMA CGM 계열사인 ANL이 넘겨 받았다. ANL은 이로써 A3와 NEAX 2개 컨소시엄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이 항로 수요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1~9월 물동량은 5만4000TEU로, 1년 전에 비해 7% 감소했다. 선사 관계자는 “컨소시엄 재편으로 주당 선복이 4000TEU 가량 줄어들면서 물동량 감소에도 선복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수기인 내년 1월에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주항로 취항선사들도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해 12월1일부터 100달러 안팎의 저유황유 할증료를 도입했다. 할증료는 3개월마다 업데이트되며 기본운임과 별도로 부과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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