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장들이 8월부터 여름휴가에 돌입하면서 주요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출입물동량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꺾인 가운데 공장들이 생산을 대거 중단하면서 선사들은 제한된 일감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해운업계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전달에 견줘 물동량은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오랜 공급과잉이 시장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출혈경쟁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항로는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활용하는 구주·중동노선의 핵심거점이다. 초대형 선박이 투입되는 만큼 글로벌 선사들은 운항원가에도 못 미치는 운임을 제시하며 화물들을 흡수하고 있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출흐름에 따라 선박이 결항(블랭크세일링)될 때가 많아 안정적인 선복확보가 어려웠다. 이 점을 겨냥해 장금상선 흥아해운 SITC는 22일부터 ‘PCM’ 서비스를 새롭게 출범했다. 이 서비스에는 2800TEU급 선박 4척이 투입된다. 이들 선사는 ‘틈새시장’인 국내 수출화주들을 겨냥해 서비스를 개설했지만 물동량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고, 외국적선사의 점유율이 약 60%대에 육박해 가시적인 성과를 누리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간 수출입물동량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7월 한국-동남아항로 누계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한 168만8000TEU로 집계됐다. 수출물동량과 수입물동량은 82만7000TEU 86만1000TEU를 기록해 각각 0.4%씩 역신장했다.
수출의 경우 가장 점유율이 높은 베트남과 태국을 제외한 전 노선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1~7월 28만TEU를 기록해 8.4%의 성장률을 보였고 태국은 3.3% 성장한 8만7000TEU를 거뒀다. 물동량 2위 홍콩은 5% 줄어든 15만1000TEU, 3위 인도네시아는 9.5% 감소한 9만3000TEU로 마감했다. 필리핀은 13.3% 역신장한 4만1000TEU로 주요 노선 중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싱가포르도 10% 줄어든 3만TEU에 머물렀다.
수입은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성장세를 보였다. 점유율 1위 베트남은 4.2% 성장한 26만7000TEU, 2위 홍콩은 1.8% 증가한 21만2000TEU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4.7% 증가한 8만5000TEU로 집계됐고, 싱가포르는 8.6% 성장한 3만TEU를 기록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20.7% 급감한 2만3000TEU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대만도 11% 감소한 4만2000TEU에 머물렀다.
7월 실적은 더욱 초라한 실정이다. 7월 수출입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7% 급감한 21만4000TEU에 그쳤다. 수출이 21.9% 줄어든 12만TEU, 수입은 28% 급감한 9만4000TEU였다.
수요 부진에 공급 과잉이 과열되면서 해상운임은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요 선사들은 하강하는 해상운임을 방어하기 위해 운임인상(GRI)에 나섰다. 주요 국적선사들은 이달 중순 호찌민·방콕 노선에 TEU당 30달러의 GRI에 나섰다고 공표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주요 선사들이 경쟁이 치열한 베트남 태국에서 개별적인 운임인상을 실시하고 있다”며 “모두가 운임을 올려야 한다는 데 동감하지만 주요 선사들이 모두 운임인상에 성공할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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