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국적선사의 원양항로 화물적취율 제고, 우호적인 금융혜택 등이 제시됐다. 나아가 국제물류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경영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창호 원장은 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길을 열다: 바닷길을 열다’ 초청강연회에서 우리나라 해운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날 초청 연사로 참석한 양 원장은 “우리나라는 수출 7위, 조선 1위, 해운 5위의 세계적인 해양국가다”며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경쟁력 강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무역화물 중 해상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중량기준)은 99.7%에 육박해 항공화물 0.3%에 비해 해운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시장 침체로 지난 2016년 8월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한국해운 경쟁력이 크게 추락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해운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하나둘 제시되고 있다.
양 원장은 우선적으로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국적선사의 원양항로 화물적취율을 끌어올리고, 금융권에서 저금리의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황산화물 규제 강화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IT기술의 파괴적 영향에 대비해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양 원장은 이와 더불어 공급망 중심의 세계경영전략 추진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먼저 해외진출 중소 중견 제조업체들의 현지 물류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고 해외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일본의 인트라파트너십,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처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공급망중심 세계 경영’의 기초를 우리나라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3개 국가의 핵심국가전략은 물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 원장은 “일대일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결국 해상운송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인 걸 모르고 있다”며 “우리나라 물류 관련부서를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산업부 코트라 등으로 나눌 게 아니라 중국처럼 전 부서를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영의 또 다른 전략으로 신남방지역인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일부 국가에 물류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내용도 제시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우선 투자대상국으로 선정해, 기금 국책은행 공적개발원조(ODA) 전담기구 등에서 프로젝트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가 물류시설을 투자하게 되면 현지 물류망을 연계한 물류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물류인력도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수출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연구모임이 주최하고,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날 송영길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달 남·북·미회담 이후 우리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온 만큼, 보다 유연한 북미외교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바닷길을 통한 금강산관광 등 제재와 관련 없는 유연한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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