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소가 카타르가 짓는 세계 최대 LNG 운반선을 싹쓸이 수주했다.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중국선박그룹(CSSC) 자회사인 후둥중화조선에 27만1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8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신조선은 현존 최대인 26만㎥급 카타르막스 LNG선을 넘어서는 규모다. 카타르에너지는 이 선형을 일컬어 카타르·차이나막스(QC-MAX)로 이름 지었다. 주요 제원은 길이 344m, 폭 53.6m, 높이 27.2m, 수심(흘수) 12m다.
납기는 첫 8척은 2028~2029년, 나머지 10척은 2030~2031년이다. 선가는 척당 3억3300만달러, 총 60억달러(약 8조2200억원) 수준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들 신조 초대형 LNG선단의 운항을 자국 선사인 카타르가스트랜스포트(나킬라트)와 중국 선사들에게 절반씩 맡겼다. 나킬라트가 9척, 차이나머천트에너지쉬핑(CMES)이 4척, 산둥머린에너지(SDME)가 3척, 차이나LNG쉬핑(CLNG)이 2척의 신조와 운항을 담당한다.
카타르에너지는 선사에서 선박을 장기 임차하는 방식으로 LNG 수송을 벌일 예정이다.
이로써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에서 짓는 신조선은 122척으로 늘어났다. 카타르에너지는 올해 3월 마감된 2차 입찰까지 표준 선형인 17만4000㎥급 선박 104척을 발주한 바 있다.
후둥중화조선은 표준 선형 44척을 발주한 2차 입찰에서 한국 조선소에 완패했지만 2022년 1차 입찰에서 1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번에 초대형 LNG선 신조 계약도 따내면서 수주량을 총 30척으로 늘렸다.
당초 맺었던 선대(船臺·슬롯) 예약 규모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지난 2022년 후둥중화는 카타르에너지와 17만4000㎥급 LNG선 16척을 지을 수 있는 선대 예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 조선소는 오는 9월께 카타르 프로젝트의 첫 선박인 <렉스틸러슨>(Rex Tillerson)호를 운항사인 일본 MOL에 인도할 예정이다. 선박명은 미국계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의 전 회장 이름에서 따왔다.
전체 수주 금액은 약 84억달러(약 11조5000억원)로, 개별 기업 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선소를 압도한다. 우리나라 3대 조선소가 카타르 프로젝트에서 수주한 실적은 총 92척, 200억달러(약 27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HD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은 약 74억달러(약 10조1300억원)를 챙겼다.
카타르에너지가 중국 기업과 거래를 늘리는 건 중국의 왕성한 에너지 수입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세계 최대 LNG 수입국 자리를 놓고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는 13% 늘어난 7130만t의 LNG를 수입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24%인 1700만t을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의 카타르 LNG사업 투자도 확산하고 있다. 시노펙과 CNPC는 카타르에너지가 추진하는 미국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에 일부 지분을 투자하는 한편 27년간 각각 연간 700만t 400만t씩 LNG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사물류통계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신조 발주 현황’ 참고)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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