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화물의 부진이 이어지는 한중항로에 프로젝트성 설비화물이 활기를 불어넣을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사드보복사태 이후 한중항로 주력화물인 석유화학제품(레진)이나 자동차화물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화물은 국내 제조사의 중국 판매 부진 여파로 장기간 하락세를 띠는 형편이다.
5월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시장 승용차 판매량은 7만3521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8만4037대에 비해 13% 감소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5월 5만3371대에서 올해 5월 5만351대로 6%, 기아차가 3만666대에서 2만3107대로 24% 각각 감소했다. 4월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가 4만6070대에서 9% 늘어난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기아차는 전달(2만3617대)과 비교해서도 2%의 역신장을 보였다. 두 기업의 1~5월 누계는 817만346대로, 1년 전의 929만6189대에 견줘 12% 뒷걸음질 쳤다.
대신 공장설비화물이 시장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에 힘을 쏟으면서 한국이나 대만에서 관련 생산설비를 대거 수입하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중국기업들은 디스플레이산업 육성을 위해 LCD 패널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들에게 공동투자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설비 수출이 수입화주가 운송사를 선택할 수 있는 FOB(본선인도) 조건으로 이뤄지면서 중국선사들만 화물운송의 수혜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중국 전역으로 LCD 공장 설비가 수출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적선사들이 이 같은 화물들을 싣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공식 집계된 물동량은 4월에 반등을 일궈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4월 한 달 간 한중항로를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1% 성장한 27만5719TEU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8만5943TEU에서 올해 9만2435TEU, 수입은 지난해 14만7576TEU에서 올해 15만9352TEU로, 각각 8% 성장했다. 환적화물은 1만5031TEU에서 2만3932TEU로 59% 급증했다. 수입과 수출이 고르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로써 1~4월 누계는 8% 늘어난 99만1672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3% 늘어난 34만370TEU, 수입화물은 8% 늘어난 57만2263TEU, 환적화물은 48% 늘어난 7만9039TEU였다. 1분기까지 1%대에 그쳤던 수출화물 성장률은 4월 실적의 호조로 3%대에 안착했다. 선사 관계자는 “1분기까지 부진하던 수출물동량이 4월에 크게 회복돼 기대감을 가졌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노동절 연휴 여파로 약세로 꺾였다”고 설명했다.
이 항로 운임은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부산행 수입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8달러를 기록했다. 전달의 120달러에서 소폭 하락했다. 수출운임은 계약운임 기준 1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월 4일과 5일 이틀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한중해운회담이 열리는 것도 해운업계의 관심사다. 이번 해운회담에선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항로 개방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소석률을 기준으로 개방 여부를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개방 시기를 못 박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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