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동항로 시황은 지난달과 크게 변동 없는 모습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화물 수요와 운임이 내려갈 데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중동항로 물동량의 40% 이상을 차지한 이란행 화물 수요가 막힌 상황에서 시황 침체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항로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50%대를 겨우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사들은 중국 국경절 연휴를 시작으로 연달아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시행하며 무너진 수요공급 균형을 되찾으려는 모습이다.
지난 2일에는 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가 운항을 중단했고, 6일에는 현대상선이 결항했다. 9일에는 에미레이트쉬핑이, 10일에는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하파크로이트 양밍 등으로 구성된 디(THE)얼라이언스가 각각 한 차례 운항을 쉬었다.
하지만, 임시결항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선사들의 반응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블랭크세일링 직후에만 선복을 조금 더 채우는 정도의 효과가 날 뿐 소석률은 제자리”라고 밝혔다. 다른 선사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한국발 선복 할당량을 20% 정도 줄였는데도 소석률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중국에서도 화물 수요가 부족해 한국발 선복 감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운임도 바닥권에서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10월12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3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에 이어 30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발 운임의 경우 두바이 제벨알리항 기준 TEU당 200~250달러선의 운임으로 지난달과 유사했지만, 일부 선사들은 더욱 낮은 수준의 운임을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란 노선이 부활하지 않는 이상 현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중동항로가 떠안은 상황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중동항로의 화물 유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는 다들 최대한 실적을 끌어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도 중동항로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항로의 약세는 해운물동량 추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에 따르면 동북아시아발 중동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4월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동북아시아-중동 노선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5.7% 하락한 85만TEU를 기록했다.
한편, 코트라가 발표한 올해 4분기 수출선행지수에서 중동 지역이 50점 기준 37.5점으로 전체 8개 지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수출선행지수는 해외바이어와 주재상사에서의 한국제품 수입량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를 예측하는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해당 국가로의 국내 수출 여건이 악화한다는 의미다. 코트라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여파로 중동으로의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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