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불량 백신이 유통되어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량 의약품 사고의 경우 제조 단계에 비용절감을 위한 비적격 약품을 섞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손상되어 인체를 위협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조금 낫기는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우리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들의 물류과정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의약품 물류의 중요성은 고급 서비스가 필요하기에 결국 물류기업의 부가가치와도 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의약품은 관리가 까다롭고 유통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물류산업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의약품 시장은 2021년경 930.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연 6%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그림-1> 참조). 이중 정밀한 온도관리가 필요한 바이오 의약품은 최근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해당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시장의 성장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세계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시장 규모는 대략 134억 달러에 불과하나 연 8~9%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큰 시장이 될 거라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일반 의약품 물류시장은 665억 달러지만 성장세는 4~5%에 불과하다. 즉 아직 상대적인 시장규모는 적으나 온도관리가 필요한 콜드체인 의약품 물류시장의 성장은 규모나 가치 측면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 만큼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해당 제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더 많은 기술과 관리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해 주고 있다.
의약품 중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은 온도관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충격, 진동, 습도, 일사 등 대부분의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민감하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의 체내에 들어가서 작용되기 때문에 몸의 일부처럼 모든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특히, 백신, 인슐린, 혈액 등은 이동과정 중 최소 48, 최대 168시간 동안 모든 외부 위험요인들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드라이아이스와 스티로폼 박스와 같은 단순 운송형태를 통해 다수의 바이오 의약품이 운송되고 있는데 대략 15~30%의 운반도중 손상 및 변질이 발견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약품 운송에서 엄청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스러운 상황에 우리나라 국민 역시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외국계 글로벌 물류기업이 국내 의약품 물류 유통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해당 기업의 화주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우리나라 의약품유통관리 규정인 KGSP(Korean Good Supplying Practices)의 관리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국제의약품 유통관리 규정인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적용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기업의 협력업체가 되는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그들이 요구하는 GDP 규정에 의거해서 대상 의약품들을 국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GDP 규정은 온도, 입출고, 재고, 포장 및 재포장, 생물학적 제재 포장, 샘플링, 반품, 폐기절차, 창고출입, 병충해 방지, 안전, 일사, 충격, 습도 등 의약품 물류과정의 모든 부분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만약 대상 의약품이 2℃ 이상 혹은 이하의 변화가 있을 경우 자동알람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어 있으며 4시간 이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도록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다. 해당 기업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의약품 물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한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온도관리로 이동되는 의약품은 일반 콜드체인과도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콜드체인 상품인 식료품은 주로 0~10도 사이의 온도를 24~48시간만 유지하면 된다. 또한 고객에게 상품이 도달하면 상품의 포장은 대개 그대로 버려진다. 그러나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는 식료품의 그것보다 훨씬 엄격하고 보수적인 규정(Regulation)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의약품의 온도유지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비자(환자)에게 의약품이 도달할 때까지 온도관리, 포장과 보관(Storage)에 관한 관리 및 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우선 의약품이 최초 상품화 되어 나왔을 때부터 일반 냉장·냉동컨테이너가 아니라 의약품 전용 특수컨테이너로 운송되어야 하고 이후 작은 소포장 사이즈로 제품이 공급되는 과정에서도 기존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불안전 냉매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PCM과 같은 특수 물질을 활용하여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여기에서 의약품 특수컨테이너(<그림-2> 참조)와 PCM 장치 등은 일부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독점공급하고 있는 초고가의 물류시설들이다. 하지만 현재 의약업계는 의약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송된 의약품들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만 남은 용기나 샘플들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다시 회수나 폐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역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회수와 폐기물류라는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한 노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 말은 그 만큼 실버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의약품은 실버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물류는 우선 윤리적 차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윤리차원을 넘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미래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이 큰 미래산업이다. 특히 이 산업의 핵심은 기술이지만 이 기술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안정적 운송은 또 하나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물류산업의 중요한 분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앞에서 언급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이 반증해 주는 것이다.
2016년 가트너가 글로벌 헬스케어 공급망 우수업체 상위 25를 발표한 했다. <표-1>는 쟁쟁한 글로벌 의약품 회사와 유통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래에 언급된 글로벌 상위권 의약품 유통기업들이 세계 의약품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 아쉽게도 의약품, 유통 그리고 물류분야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시장에 아직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노령화시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 노령국 중 하나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잘 적응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 성장산업인 의약품 물류산업에 대해 몇 가지 준비사항들이 있다. 우선은 세계 수준의 의약품 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외국 물류기업들한테 외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약품유통관리규정(KGSP)에 대한 개정을 통해 글로벌 수준 이상의 관리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수입에서 요양기관, 제조·수입에서 도매상, 도매상에서 도매상, 도매상에서 요양기관으로 의약품이 유통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제약업체와 도매업체가 과도하게 몰려있다보니 영세하고 유통구조의 복잡성과 다중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결국 관리 문제 발생과 함께 비용 증가와 안전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도매상에서 다시 도급을 받은 도매상의 숫자가 거의 10% 증가했다. 이는 국민의 건강이나 비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정비를 통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는 의약품 유통과 관련된 신기술개발과 응용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고가의 콜드체인 상품을 관리하는데 적합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의약품과 같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상품의 경우 모든 유통과정의 추적이 필요하다. 즉, 블록체인 기술이 의약품에 적용이 될 경우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유통과정이 관리가 되어 의약품의 안정성 제고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다. 이외에 현재 활용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개선과 개량이 필요한 바이오 포장(Bio-packaging)과 온도조절포장솔루션(Temperature Control Packing Solution) 등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물류분야 육성과 함께 의약품의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필요가 있다.
PCM - 상변화 물질, 어떤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고체, 액체에서 기체로, 기체에서 액체 등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하는 물리적 변화를 통해 열을 축적하거나 저장한 열을 방출하는 물질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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