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아시아-지중해 해상 물동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로이즈리스트는 자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시장에서 물동량 하락세 조짐”이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지중해 해상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운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지중해 운임은 1분기 744달러였으나 2분기 787달러로 상승했다.
그러나 드류리는 이 흐름이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최근 터키 경제 위기가 지중해 지역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쳐 해운 수요 감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나오는 물동량은 아시아발 동지중해 수입 물동량의 30%, 아시아발 유럽행 수입 물동량에서는 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터키의 동아시아발 수입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7% 줄어들었다. 드류리는 이런 움직임은 지중해항로의 컨테이너 호황이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금 지급을 포함한 국가 지원을 투입해 터키 국내 소비를 부흥하는 데 주로 쓰인 해외의 투자자금이 터키의 호황과 터키 레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6월 재선 성공을 이끌었다”면서도 “이 전략의 효력은 짧게 끝났고 약 2200억달러(244조6400억원)에 달하는 외화 부채가 리라 하향세에 따라 더욱 거대해지고 있어 외국 채권단이 철수할 위험은 커졌다”고 우려했다.
터키 경제를 흔들고 있는 리라화 가치 폭락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제재가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6년 간첩과 테러 조직 지원 혐의로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 선교사 석방을 요구했으나 터키 정부가 응하지 않자 보복으로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재는 매우 빠르게 터키를 비롯한 지중해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리라화는 5배 이상 가치가 하락했고, 터키 증시에선 약 400억달러(44조4800억원)가 사라졌다. 드류리는 “지중해항로 선사들은 선복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결국 터키 경기 불황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했다. 터키 경기 하락은 터키행 화물 수요 감소를 낳고, 선사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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