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호텔 조식뷔페에 가면 스크램블에그, 베이컨, 소시지, 모닝롤, 크루와상, 샐러드 등 생각나는 요리가 많다.
그 중 여독을 달래줄 수 있는 요리가 ‘스프’ 만한 것이 있을까? 유독 아침에 입맛이 없을 때에도 크루통이 올라간 진한향의 양송이스프, 몸살이 나서 온몸이 찌뿌둥할 때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클램차우더스프,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좋지 않을 때 달짝지근한 밤스프 하나면 속도 든든해 지고 아픈 것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스프는 더 할 나위 없이 편하고 옛날 경양식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사람들의 입맛이 상향평준화 된 이상 밀가루향과 불량스런 맛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국과 죽 또한 ‘Soup’ 라고 말할 수 있다. 판교에서 스테이크 장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식사를 할 때 가장 설레이는 타이밍은 식전빵과 스프가 나올 때가 아닐 까 싶다. 해외여행으로 비교 하자면 여행시작시점에 공항면세점을 들어갈 때 처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프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프랑스 마르세이유 지방의 고유음식인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최고로 친다. 프랑스에서는 부야베스라는 명칭을 넣기 위해 조피볼락(rockfish), 숭어(mullet), 붕장어(conger eel), 눈동미리(spider crab), 쏨뱅이(scorpion fish), 백쏨뱅이(scorpion fish white)중 적어도 4종류 이상의 생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선택적으로 새우, 아구, 가재, 달고기(john dory)등도 이용된다. 위 해산물을 기본으로 양파, 토마토, 화이트와인, 마늘, 각종 허브류를 넣고 끓이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샤프란(1g을 얻기 위해 500개의 꽃 암술을 수작업으로 따야함)이 반드시 들어가 생선국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여기에 오렌지 또는 레몬껍질을 넣으면 향이 더 좋아진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남은 생선으로 해먹는 서민음식이었으나 지금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도 10만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프가 아닐까?
태국은 동양에서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 중 하나인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프 중 하나인 똠양꿍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새우, 버섯, 레몬그라스(레몬향이 나는 식물), 피쉬소스와 라임이 주재료인 똠양꿍은 ‘새콤한 맛을 끓이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느끼는 맛 중 ‘쓴맛’을 제외한 신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4가지가 어울어 지는 음식이다. 태국음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소스인 남빠(생선간장), 프릭본(고추가루), 투어(땅콩가루), 남쏨프릭(식초에 절인 고추)의 맛에 익숙해 져야 하는데 한국에서도 태국음식점이 굉장히 많아 이제는 대중적인 맛이 됐고, 똠양꿍 역시 입맛에 따라 위 4가지 소스를 첨가해서 먹는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중독성 또한 강하고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 줄 수 있는 요리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3대 스프의 하나인 중국의 샥스핀은 상어 지느러미를 말린 것으로 중국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사용되는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나 잔인하게 상어 지느러미만 포획하고 바다에 버리는 몰지각한 어선들 때문에 많은 중식요리사들이 이 음식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하와이에서는 상어 지느러미 판매를 금지했고 해당요리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상당한 벌금이 부과되며 3회 적발 시 징역형이 선고될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스프는 꼭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만들어야 할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프는 제목에 걸맞게 간단한 재료로 맛을 내는 것이 가장 좋다. 가령 ‘비스트로 도마’에서 가장 즐겨 끓이는 ‘양송이 크림스프’의 경우는 양송이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 재료는 양송이버섯과 버터, 닭육수, 우유, 생크림, 소금이 전부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양송이를 갈아서 끓이게 되면 쓴맛이 많이 올라온다. 버섯을 큼직큼직하게 슬라이스 해서 약불에 버터를 넣고 은은하게 볶는데 양송이버섯 국물이 맛있게 우러나면 닭육수를 넣고 끓이다가 우유 그리고 생크림으로 마무리 하면 된다. 농도조절은 보통 루(roux)라는 버터와 밀가루의 혼합물을 사용하는데 필자의 경우는 텁텁하다고 느껴서 루 대신 바게뜨빵 끝 부분을 이용한다.
‘프렌치 어니언스프’의 경우 가장 프랑스다운 요리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프랑스 요리의 본질은 재료본연의 맛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양파를 버터 하나만으로 끝까지 볶다보면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도 카라멜화 되는데 양파 본연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육수와 포도주를 넣고 끓인 후 바게뜨에 그뤼에르 치즈를 얹고 녹여 프렌치 어니언스프가 완성 된다. 양파를 볶는 과정이 양에 따라 틀리겠지만 3~4시간 정도 걸리므로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 메뉴가 있는 음식점은 다른 일보다 양파를 먼저 올리고 다른 재료준비를 한다.
스프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은 스테이크 등의 메인요리에 딸려 나오는 음식 정도로 인원수대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스프 하나, 두개 정도는 서비스로 나오겠지? 물론 필자의 매장에서도 크게 주문수가 고객수에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인원수 대로 준다. 하지만 스프 역시 만드는 과정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단순한 서비스 개념의 음식이 아니다. 그냥 불위에 재료를 올리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되는 요리가 아니라 중간중간 맛과 불의 세기 그리고 과정을 체크해야 해야 하는 세심한 음식이다. 상당수 큰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쓰고 남은 야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스프에 모두 다 넣고 ‘야채스프’라는 것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너무 많은 종류의 야채가 섞이다 보니 보통 밸런스가 무너져 있고 맛이 없다.
건강쥬스를 예로 들어보면 비타민 보충을 위해 열가지 이상의 야채로 만들어 지는데 심하게 마시기 힘들다. 스프도 마찬가지로 과한 재료는 요리의 맛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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