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운시장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매듭지어지며 새로운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가 탄생했다. 선복량 집계에서 기존 3위에 자리했던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을 밀어내고 순위 상승을 이뤄낸 중국 코스코가 그 주인공이다.
코스코의 이번 ‘톱 3’ 진입은 굳건했던 유럽계 3대 해운사(머스크라인·MSC·CMA CGM)의 삼각구도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중국 해운 역사 최초로 ‘톱 3’에 진입한 컨테이너선사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상위 20대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2000만TEU를 돌파하며 해운시장 장악력을 더욱 견고히 했다.
유럽계 vs 일본 vs 중국 해운사 경쟁구도 형성
중국 코스코가 OOCL 인수를 마무리 짓고 세계 3위 해운사로 거듭났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코스코는 8월13일 현재 보유 선복량(용선 포함) 278만4900TEU(점유율 12.4%)를 기록, 연초 대비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다. 홍콩 해운사 OOCL 인수를 매듭지으며 선복량을 늘린 게 순위 상승의 배경이다. 알파라이너가 지난달 발표한 선복량 집계에서 세계 8위에 자리했던 OOCL은 70만TEU(점유율 3.1%)에 육박한 선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 기업에 밀린 프랑스 해운사는 ‘톱 3’ 에서 이탈하며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지난 2005년 CMA CGM은 아프리카항로에서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자국선사 델마스를 인수하며 세계 5위에서 3위로 도약한 바 있다. 당시 델마스의 선복량은 약 6만TEU로 세계 24위 규모였다. 이 해운사의 선복량은 263만7000TEU로 3위 코스코와 약 14만TEU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3위로 올라선 코스코지만 1~2위 해운사와의 선복량 차이는 상당하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라인은 401만4700TEU(716척)로 17.9%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선복량은 코스코와 비교해 약 120만TEU 앞서 있으며, 자사선 227만9300TEU(311척) 용선 173만5400TEU(405척)의 선대를 구성하고 있다. 스위스 MSC는 325만1000TEU(519척)의 선복량을 기록하며 2위를 지키고 있다.
프랑스 해운사와 합병설이 나돌았던 하파크로이트는 CMA CGM에 이어 세계 5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158만9200TEU(7.1%)의 선복량을 기록 중이다. 자사선 112척(104만7300TEU)과 용선 109척(54만2000TEU)을 포함해 총 221척의 선대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해운사들이 손을 맞잡고 통합을 이뤄낸다면 머스크라인과 MSC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두 선사의 통합 선복량은 422만TEU로 머스크라인(401만TEU)을 20만TEU 이상 앞서게 된다.
일본 3대 선사 컨테이너선사업 통합회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세계 5위 해운사를 바짝 뒤쫓고 있다. ONE의 선복량은 157만6600TEU로 하파크로이트와 불과 1만TEU밖에 차이가 안 난다. 향후 10만TEU를 웃도는 신조선 인도가 이뤄지면 발주잔량이 전무한 하파크로이트를 뛰어넘게 된다. ONE의 5위 등극이 가시화되면 코스코와 더불어 ‘톱 5’에 2개의 아시아 대형해운사가 이름을 올리게 된다. 향후 유럽계 중국 일본 해운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만 해운사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114만7000TEU(201척)로 집계됐다. 최근 선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에버그린은 세계 30대 해운사 중에서 가장 많은 발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43만TEU의 신조선이 이 해운사에게 인도되면 150만TEU대의 선복량을 기록하게 된다.
현대상선, 이스라엘 선사에 밀려
유럽계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일본 해운사의 행보와 달리 국적선사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때 세계 3위까지 올라섰던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글로벌 선사들과 선복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짐라인과 현대상선은 선복량 순위 집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머스크라인 MSC가 결성한 2M얼라이언스와 미국 동안항로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짐라인은 41만8700TEU의 선복량을 기록하며 세계 9위 해운사로 발돋움했다. 6월 12위에 자리했던 짐라인은 선복량을 1만TEU 이상 끌어올리며 PIL과 현대상선을 제치고 ‘톱 10’에 등극했다.
반면 지난 6월 21년 만에 10위권에 진입한 현대상선은 40만1700TEU(70척)의 선복량을 기록, 11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두 선사는 타 기업과 비교해 자사선 비중이 매우 적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짐라인은 자사선 7척(3만TEU)과 용선 38만8200TEU(78척)를 포함해 총 85척의 선대를 거느리고 있다. 용선이 전체 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7%로 20대 해운사 중 가장 높다. 현대상선의 선대는 자사선과 용선이 각각 14척(12만9400TEU)과 56척(27만2200TEU)으로 타 해운사에 비해 높은 실정이다.
고려해운과 SM상선은 OOCL이 선복량 집계 대상에서 이탈하며 한 계단씩의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고려해운은 13만8100TEU(65척)로 13위, SM상선은 8만3400TEU(22척)로 19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톱 5’ 해운사 선복량 1400만TEU 돌파
올해 하반기 20대 컨테이너 선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코의 OOCL 인수로 세계 1~5위 선사들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현재 1~5위 선사들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모두 합치면 1400만TEU를 웃돈다. 올해 6월 1300만TEU대였던 5대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이 한 달 새 100만TEU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 세계 20대 컨테이너 선사들의 보유 선복량(용선 포함)은 2003만TEU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1898만TEU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700만TEU에 머물던 상위 20대 컨테이너 선사들의 선복량은 어느새 300만TEU 이상 늘어났으며, 2000만TEU를 돌파하게 됐다. 이들 선사의 시장 점유율은 88.2%에서 89.3%로 상승했다.
올해 1~5위 컨테이너 선사들의 전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2016년 45%이던 상위권 5대 선사들의 해운시장 점유율은 올해 63%로 상승했다. 6위인 ONE을 포함하면 70%를 웃돈다.
지난해부터 상위권 해운사들은 컨테이너 선대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CMA CGM은 현대중공업과 2020년까지 1만4000TEU급 6척 및 옵션 6척을 인도하는 발주의향서를 체결했으며, 머스크는 현대중공업에 1만5000TEU급 2척에 대한 옵션을 행사했다. 에버그린도 1만2000TEU급 8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시장에서 선복량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해 선대 증가율이 1.3%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올해 이후 2020년까지 4% 이상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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