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식이다. 아무리 좋은 옷과 훌륭한 집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에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중증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는 1600만명에 달하며, 이들은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멀리 볼 것도 없이 북한 어린이 20만명은 합병증을 동반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고, 이 가운데 6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밝혔다.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매일 전 세계에서 1만5000명의 5세 이하 유아가 폐렴, 영양실조, 말라리아 등으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30년까지 6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이러한 이유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지구반대편의 미국에선 하루 1인당 453g의 음식물을 버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현지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 농무부(USDA)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식량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미국 가정에서 매일 약 15만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과일과 야채가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만만찮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1만4000톤이다. 연간 약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셈이다.
먹거리 ‘양극화’…CJ그룹 사업재편
문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 먹거리의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이 발표한 인구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7억명에 육박하고, 21세기 말에는 112억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빵 섭취량은 90개. 나흘에 한번 꼴로 먹는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선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가 올해 처음으로 50kg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쌀과 김치 소비량은 줄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점차적으로 육류 소비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열대수입과일 소비량은 증가하고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사과나 배, 포도, 단감 등의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다.
조금 섣부른 예측일 수 있지만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북한주민 역시 소득증가로 식습관이 바뀔 수 있다. 쌀 소비량이 줄고 빵과 육류소비가 증가하는 건 물류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빵의 원료인 밀과 가축사육에 필요한 사료원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해상 물동량도 상당한 수준이다. 게다가 열대 과일 수입량도 매년 증가하면서 물류기업은 새로운 수요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준비하는 기업은 CJ그룹을 꼽을 수 있다. CJ그룹은 ‘월드베스트 CJ’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을 쌍두마차로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먹거리를, CJ대한통운은 물류를 핵심사업으로 한다.
CJ제일제당은 러시아 라비올리, 브라질 셀렉타 등을 인수했고, 지금도 미국 가공식품업체 쉬완스 인수를 검토 중이다. CJ대한통운은 미국 DSC로지스틱스, 베트남 제마뎁, 중동 이브라콤, 인도 다슬로지스틱스 등 폭넓은 M&A를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말하자면 CJ제일제당에서 파생된 물류수요를 CJ대한통운이 흡수하는 형태로 전 세계 곳곳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콜드체인시장 ‘성장’…냉장운송 수요 증가
작년 5월 GST(Goods and Services Tax 단일부가가치세) 시행을 앞뒀던 인도물류시장을 취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콜드체인시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조짐을 느꼈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농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세계 최대의 의약품 생산 및 수출국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콜드체인시장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연간 폐기되는 농수산물도 상당하다. 바꿔 말하면 고도화된 콜드체인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인류가 먹을 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는 창고건립 및 운영에 대한 기술적인 기준과 프로토콜이 미흡해 냉동시설물의 효율이 낮은 상황이다. 취재당시 코트라 뭄바이 무역관장은 GST가 시행되면 인도의 분산된 물류창고는 통합물류형태로 전환되고, 일부 거점을 중심으로 물류체계가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수의 시장조사기관은 세계 콜드체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세계콜드체인시장이 2017년~2020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해 2020년에는 2713억달러(약 30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연히 냉장운송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외신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를 종합해보면 해운기업은 미래 유망사업으로 냉장운송을 지목한다. 최근 5년간 냉장컨테이너 운송 수요는 일반컨테이너의 연평균 증가율인 2~3%를 넘는 5~6%의 증가세를 보였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에 의하면 냉장 컨테이너를 포함한 연간 컨테이너 화물은 약 4조달러(약 44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글로벌 해운기업 머스크와 CMA CGM은 항공운송 제품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머스크는 수확된 꽃의 개화를 늦추는 기술, 바닷가재를 생존한 상태로 이동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 기존 항공운송 품목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고 있다.
콜드체인, 블록체인 결합 ‘시너지’
콜드체인은 온습도변화에 민감한 모든 화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각각의 품목에 맞게끔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RFID(전자태그인식)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이 더해져 콜드체인기술을 더욱 투명하고 정확하며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RFID나 IoT를 기반으로 물류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는 이유 역시 기존의 콜드체인 시스템을 고도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 이다. 예컨대 ‘2017 물류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RFID기반 온도검증 솔루션을 선보여 대상을 수상한 라이엇은 무전원 RFID 온도태그를 이용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박스 안에 태그를 붙이는 형태로 화물의 온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간 온·습도 민감 화물은 온도를 기록하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일부 구간의 경우 자료의 신뢰도가 낮거나 온도 기록이 누락되는 구간이 존재했는데, 라이엇은 무전원 RFID 온도태그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삼진어묵 블록체인 도입사례. 자료 : 삼성SDS>
블록체인기술 또한 콜드체인시장을 더욱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는 올해 3월 ‘블록체인 기반 유통이력 관리 모델’을 발표했다. 핵심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활용해 원산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유통이력을 신뢰성 있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삼진어묵은 블록체인 기반 유통이력 관리를 통해 원재료 수입, 생산, 유통과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관리해 제품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이력관리 시스템은 ▲수입신고필증정보 ▲수입품목 상세 정보(무게, 수량, 원산지 등) ▲입고, 출고 이력 ▲온도, 습도 등 작업환경 정보 ▲입고량, 원재료, 투입량, 출고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블록체인 해운물류 적용사례' 발표에서도 베트남에서 식품 보관 및 배송을 위한 신선물류와 관련해 냉장, 냉동창고 온·습도와 운송 중 위치, 충격, 도난에 대한 관제를 IoT(사물인터넷)에 적용하고, 수집된 정보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삼성SDS 물류사업부문장(부사장)은 "블록체인, IoT와 같은 기술들은 물류 비즈니스의 근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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