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8 10:14

中 잉커우항, 무리한 시설투자가 ‘화’ 불렀다

8300만弗 ‘채무불이행’ 선언



중국정부 소유의 잉커우항만그룹(YPG)이 약 8300만달러(약 925억원)의 부채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영국 로이즈리스트는 중국의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추세가 이어지며 YPG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중국 대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YPG 내부 전산망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불량채권은 중국 주요 투자금융사인 선라이프에버브라이트자산운용이 발행한 20억위안(약 3400억원) 규모의 투자 상품으로 파악된다. 내년 12월이 만기인 7년물 채권으로, 중국은행이 무조건·취소불능 조건으로 보증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YPG는 변동금리의 이자를 분기마다 내고 원금을 4회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내용으로 금융상품을 이용했다. 첫 원금상환 예정일은 지난 6월20일이었다.

YPG 관계자도 로이즈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은 지난 6월11일에 실제 발표된 것”이라며 사실을 시인했다. YPG는 자금 부족으로 원금·이자 상환이 불가능해 자산관리자에게 상환 계획을 다시 세워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조달 자금은 잉커우항의 바위취안 항만구역의 인프라 구축 사업에 일부 사용됐다. 잉커우항은 중국 동북부 주요 항만으로, 랴오닝성 북부에 위치해 벌크화물과 컨테이너 화물을 주로 처리한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잉커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약 627만TEU로, 전년 대비 4.3% 상승하며 세계 22위에 올랐다. 올해 1~5월 컨테이너 처리량은 259만TEU로 중국 내 9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수준의 물동량 실적을 보유했음에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데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무리하게 늘린 시설 투자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재정파탄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YPG는 지난해 9월 현재 743억위안(약 12조6000억원)의 유이자 부채를 안고 있었는데, 그중 68.7%가 3년 이내 만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채무불이행이 베이징발 신용도 회복 및 부채 축소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들어 20개 이상의 중국 기업들이 부채 축소를 위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있다.

YPG는 랴오닝성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랴오닝성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국초상국그룹과 협력해 성 내 잉커우항 다롄항 진저우항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항만 수요 감소에 대응해 항만 간 경쟁을 줄이는 게 통합 추진의 배경이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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